老시인, 모진 세월이 남긴 아픔의 흔적
老시인, 모진 세월이 남긴 아픔의 흔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4.26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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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동 시인 6번째 시집 '아픔의 유혹' 출간
"나이 들수록 시도 멀어져… 마지막 책 될 듯"

"이번 시집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전에는 영감이 떠오르면 시 쓸때 어려움이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글쓰려면 생각도 잘 안나고 여간 힘든 게 아니예요."

6번째 시집 '아픔의 유혹'을 펴낸 석곡 김효동 시인은 출간 소회를 이렇게 말한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건강한 체력과 유머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김 시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도 멀어지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선지 혼자만의 문학이 되지 않기 위해 늘 고심한다.

"오지도 않을 가질 수도 없는 욕망을 뚝딱하면 내비게이션에 맡겨둔 채 어느 누가 나에게 '이 사람아 무얼 찾으려 그리 헤매는가'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작품이 지니는 미와 가치, 작가정신의 반영이라는 것을 잊은 채 독자를 의식하고 창작하는 수용과 반응에 민감하지 못하면서 작가와 독자의 공동작업이라는 철칙에 인색한 동의를 하고 있어요."

1977년 첫 시집 '징검다리 곁에서'를 출간하며 35년 문학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순수 창작작품만도 1000편이 넘을 만큼 왕성한 필력을 보여 주고있다.

'고독의 서곡' 이후 3년 만에 엮은 이번 시집에는 70여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본문에는 1부 마른풀의 영혼, 2부 억새 하늘밭 가에서, 3부 그리움 가슴 흔드는, 4부 신부님은 도적입니다, 5부 당신의 영토에 새 빛이 되리라 등으로 구성했다.

"시집으로는 6번째이고 수상집을 포함하면 모두 9권의 책을 펴냈어요. 이번 시집은 미칠 것 같은 삶 속, 마음의 곳간에서 허공에 나를 염하면서 같이 걸어온 피할 수 없는 아픔의 흔적들입니다. 시련과 아픔, 빈곤과 상처 속에서 몸부림치며 이제까지 버텨온 세월이죠."

이정표 없는 길을 또 쓸쓸히 걸어가야 한다는 김 시인께 "10번째 책을 내셔야죠" 하자 털털한 웃음을 화답한다.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는 시인의 말과 웃음 속엔 시 짓는 일이 욕심으로 채워질까 염려하는 마음도 한 켜 올려져 있다.

하지만 아픔도 유혹이듯, 문학도 유혹이지 않을까 싶어 내심 시인의 10번째 저서를 기다려본다.

김효동 시인은 현대시학과 시문학으로 등단, 충북문인협회장과 내륙문학회장, 국제펜 충북회장, 한국시문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징검다리 곁에서', '이화령을 바라보며', '눈 뜨고 있으면서 참으로 눈 뜨지 못하면서', '무심에 살으리', '고독의 서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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