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잡는 덩굴식물들
숲에 들면
하루가 다르게 우거지는 풀들이
우후죽순 일어나 발길을 잡습니다.
솜털 단 까칠한 줄기로
칡, 칡,
늘어져 뻗어 나가는 칡덩굴
나무를 감아올리기도 하고,
바닥을 기어가기도 하고,
연약한 풀잎도 감아 올립니다.
성장일변도의 칡덩굴의
속도전을 보면
가속도를 더해가고만 있는
우리를 보는 듯 합니다.
칡의 야성에 비하면
차분차분 바닥을 기며 오르는
댕댕이 덩굴은
여성스럽기까지 합니다.
댕글댕글 말린 줄기들.
여린 아기 손끝 같지만
바구니를 만들어 쓸 만큼
단단함을 지녔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님을
댕댕이덩굴도 아는 듯 합니다.
꽃이 지고 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잎이지만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막 뻗어가려는 마줄기에
고개 내민 이파리를 보세요.
옴폭 패인 보조개처럼
꽃보다 더 환한 표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길을 걷다
천진한 아이의 얼굴로
덩굴덩굴
발목 잡는 초록잎을 만나면
못이기는 척
발길을 내어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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