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21>
궁보무사 <12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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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명기라는 여자는 어찌되었나요"
9.소용돌이 속에서

그의 말을 듣고 난 부용아씨는 갑자기 가슴이 뜨끔해졌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아! 그렇게 멋있고 속뜻이 깊은 남자라니.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보긴 봤었구나. 만약 그가 사내구실만 제대로 할 수 있었더라면 내가 진작 그를 조그만 내 배 위에 태워가지고 골백번이라도 더 즐겁게 돌려주었을 것인데. 어떻게 그런 멋진 사내가 내게 안 걸리고 하필이면 오가리 잡탕 같은 오근장 놈이 한동안이나마 내 꽂을대가 되었을 고. 어쨌든 간에 그 멋진 사내 양지가 죽었다면 그의 시체를 거두어다가 내가 반드시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고 해마다 때마다 제사를 올려주게 해야지.'

부용아씨는 한탄하듯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두 손에 쥐고 있던 황금 그릇에 시선을 멈췄다.

방 안에 켜있는 수십 개의 등잔 불빛에 이리저리 반사되어져 큼지막한 황금 그릇은 본연의 찬란한 황금빛 이외에 진주처럼 영롱하고도 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만있자. 이게 바로 오근장놈의 X이 담겼던 것이지 이에잇! 죽어라.'

부용아씨는 갑자기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들고 있던 황금그릇을 양탄자 바닥 위에 냅다 집어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황금그릇은 빙그르르 흔들거리며 돌다가 멈춰졌다.

부용아씨는 그래도 분이 덜 풀린 듯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황금그릇을 쫓아가 두 발로 마구 지쳐 밟았다.

'에잇! 이 자식. 죽어라 죽어. 이제 네놈도 살아봤자 별수 없이 나처럼 앉아서 오줌 누어야만 하는 신세일 것이니 네놈 주제에 쪽팔려서 어찌 살겠니 기왕이면 깨끗이 죽어라 죽어. 뒈져라.'

부용아씨는 큼지막한 황금 그릇이 마치 오근장 성주의 커다란 머리통으로 착각을 하는 듯 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발로 걷어차고 집어던졌다.

지금 그녀의 하는 행동으로 보건대 오근장 성주에 대해 어지간히 한이 맺혀있는 것 같았다. 이때 시녀로부터 전갈이 왔다. 율량 대신이 급히 찾아와 뵙기를 청한다는 것이었다.

"그래 어서 빨리 모시어라."

부용아씨는 여전히 숨소리를 씩씩거리며 흐트러져있던 옷매무새를 얼른 고쳤다.

율량대신이 들어왔다.

"아씨! 이번 일이 무척 잘되긴 했습니다만."

율량 대신은 웬일인지 말꼬리를 잠시 흐렸다.

"호호. 정말로 잘된 일이지요. 그 지랄 같던 놈의 생X을 죽지유에 발라서 아주 말끔히 태워졌을 것이니 이보다 더 잘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부용아씨가 방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오근장 성주가 죽지 않은 이상 주의하셔야할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어서야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오근장 성주가 이번 일을 아씨가 꾸민 것인 줄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씨를 해코지하고자 할 것입니다. 물론 아씨가 이번 일에 직접 개입되었다는 증거가 그리 쉽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지만서두요."

율량이 몹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가며 이렇게 말하고는 목이 탄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호호호. 제가 그런 끔찍스런 짓을 시켰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다 나버려도 저는 이제 괜찮아요. 놈의 그것이 꿈틀거리게 놔둬봤자 처녀건 유부녀건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구멍만 파대는 일종의 '뚤개'내지 '쑤시개'역할 밖에 더하겠어요 아. 참. 그나저나 그 진짜 명기라는 여자는 어찌되었나요"

부용아씨가 갑자기 궁금한 듯 예쁜 두 눈을 반짝거려가며 율량에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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