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20>
궁보무사 <12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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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가 죽을 걸 생각하니 이내 가슴이 아프구나"
8.소용돌이 속에서

외북은 삼외 무사의 사촌 큰형님이자 팔결성 군대를 두릉 장수와 함께 나눠서 관장하고 있는 장수였다. 평소 동료장수 두릉과 친분이 두텁긴 하지만 서로 미묘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기에 이런 부탁을 하여도 괜찮으리라 이들은 자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양지를 무사히 데려오는 대신 번쩍거리는 황금 그릇 한 개만 달랑 가져온 자들을 보고 한벌성의 부용아씨는 처음엔 크게 노했다. 자기를 위해 충성을 다한 양지를 그곳에 그냥 내버려두고 왔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가져온 오근장 성주가 애용하던 황금그릇. 즉, 오근장이 자기 X을 깨끗이 씻거나 통째로 집어넣어 말끔히 헹구어내곤 하던 그 귀한 그릇 안에 죽지유(竹脂油)가 담겨있었다고 하니 이것은 곧 오근장 성주의 생X을 양지가 평소 연습했던 대로 말끔히 태워버렸음을 뜻하는 직접적인 증거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부용아씨 입장으로는 이런 귀한 전리품()을 가져온 데다가 즐거운 정보를 직접 알려준 이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 아! 그나저나 이를 어쩔꼬. 양지를 그 위험한 곳에 내버려두고 왔다니. 결국 그 사람이 잡혀 죽을 걸 생각하니 이내 가슴이 찢어질듯 쓰라리고 몹시 아프구나."

부용아씨가 크게 낙담한 표정으로 한탄을 하듯 이렇게 중얼거리자 이들 가운데 제일 선임자로 보이는 60대 초로의 사내가 머리를 바짝 조아려가며 부용아씨께 이렇게 다시 말했다.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 목에 칼을 바짝 들이대며 저희들이 빨리 떠나지 않으면 그냥 푹 찔러서 죽어버리겠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희들이 떠나고 난 후에 그 칼로 자결을 했을 것이옵니다. 생긴 건 그렇게 예쁘고 약하디 약해 보이는 처자가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투 하며 성격이 어찌나 깐깐하고 독하던지요."

"그렇습니다요. 아주 성미 하나만큼은 대단한 여자 같아요."

"이런 말씀을 드리긴 조금 뭣하긴 하지만, 만약에 어느 누가 그런 여자를 섣불리 잘못 따먹거나 건드렸다가는 그저 평생 후회할 일만 생길 것 같습니다요."

아직도 양지가 여자인줄로만 알고 있는 그들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수고들 많이 했다. 그 보답으로 내가 선물을 주겠다. 자, 받아라! 이걸 가지고 서로 공평하게 나눠 쓰도록 하라."

부용아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젓가락 크기만 한 금붙이 서너 개를 이들 앞으로 던져주었다.

"아이고!"

"이, 이렇게나 많이요"

"감사합니다, 아씨!"

"헤헤. 저희들로서는 그다지 큰일을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주시는 것이니 고맙게 받겠습니다요."

"그, 그럼 저희들은 물러가겠사옵니다."

입이 함지박만큼이나 크게 벌어진 사내들은 부용아씨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물러갔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어느 누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슬며시 부용아씨에게로 다가와 불쑥 이런 말을 던져놓고 다시 돌아갔다.

"아씨! 그런데 그 예쁜 처녀가 말입니다요, 그동안 베풀어주셨던 부용아씨의 고마움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거라는 자기 속마음을 그 그릇 안에 담아서 갖다드리라고 했습니다요. 그런데 그걸 쇤네 머리로서는 어떻게 담아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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