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년 된 나무 잘 가꿨으면"
"900년 된 나무 잘 가꿨으면"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2.04.05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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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압각수 '지역의 산 역사' 불구 관리 부실
시민 "묘목 심기에만 열중… 무관심 안타까워"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는 것도 신경 써야지."

63번째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만난 박찬익씨(67)가 수령 900년이 넘는 청주 압각수(충청북도 기념물 제5호)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중앙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청주 압각수는 높이 30m에 줄기밑둘레가 8m나 되는 은행나무로 그 수령만큼이나 웅장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청주 압각수에는 특별한 전설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고려 공양왕 2년(1390년) 이초와 윤이가 명나라 태조에게 공양왕과 이성계가 군사를 일으켜 명나라를 치려해 이를 반대한 이색 등을 살해하고 이현보 등은 유배하였다고 무고한 사실이 조정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색 등 10여명이 '이초의 난'에 연루돼 청주옥에 갇혔는데 이 때 큰 홍수를 만났고 이색 등은 이 은행나무에 올라 화를 면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이색 등이 죄가 없음을 하늘이 증명하는 것이라 여겨 이들을 석방했다고 한다.

또 압각수라는 명칭은 잎의 모양이 오리의 발가락을 닮았다고 해서 얻어진 것으로, 이처럼 특별한 전설과 유래를 간직한 청주 압각수는 지역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이 나무는 현재 줄기 중심부의 일부가 썩어 충전재를 메워준 자국이 역력하고 벼락을 맞아 부러진 가지는 지지대에 기댄 채로 힙겹게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박씨는 "내가 어린시절부터 태풍이 불고 벼락이 쳐도 저 자리를 지켰던 나무"라며 "이제는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병들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식목일이라고 묘목 심기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역사를 간직한 나무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도 신경써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청주 압각수는 현재 청주시청 문화관광과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병해충 방제나 영양 주사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주변 청소 등의 관리활동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엔 필요한 조치를 하지만 그 밖의 관리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지역의 기념물을 무관심으로 방치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씨는 "병들고 무관심에 상처받는 모습이 나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웅장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간직해 사랑받는 나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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