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아는 것이 해결의 첫 단추
문제를 아는 것이 해결의 첫 단추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2.03.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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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전국 초·중·고등학생 8명 중 1명 꼴로 최근 1년 이내에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51.2%)과 집단 따돌림(13.3%)이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558만명을 전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14일 중간 발표를 했다.

학교 폭력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 전 핀란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핀란드 학생의 1/5이 사이버상에서 왕따를 당한 적이 있으며, 대학생들 사이의 왕따도 심각하다고 한다.

일본의 왕따 문제역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뉴저지주립대학 학생이 친구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에서도 주목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가 그 대응에도 열심을 다하고 있는데, 핀란드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쉼터를 개설하고 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청소년들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작년부터 'Bullying(왕따)'이 각 주 입법당국의 주요 안건으로 떠오르면서, 21개 주에서 "왕따금지법안(Anti-bullying laws)"이 통과되었다.

미국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소위 'Bullying(왕따)'에 대한 '정확한 정의(clear definition)'를 내리고, 그 정의에 기반하여 일선 학교들의 정책을 규제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로 하였는데, 미국의 여러 주에서 시행하는 대응 방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단연 뉴저지주의 사례이다.

뉴저지주의 정책에 따르면 모든 공립학교는 왕따 금지 정책을 따라야 하며, 교직원을 훈련해야 하고, 사건, 사고 발생 시 필수적으로 보고하도록 한다. 특히 모든 학교는 괴롭히는 학생이 있다는 의견이 접수가 되면 이를 수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임명하고, 수사 후에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상담사를 배치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과 결과는 연방 교육부에서 확인하고, 그 내용을 인터넷 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 역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청과의 협조 체제를 강화하고, 전문상담교사와 함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활용을 위한 교직원에 대한 사전 연수, 고위험군 학교에 대한 전문상담교사 배치 및 컨설팅 장학, 일진경보제와의 연계 등 피해 사례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모든 조치에 앞서 한번더 생각해 볼 일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우리가 보호하고 돌봐야할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핀란드의 한 보고에 따르면 왕따의 가해자는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어른이 돼서야 깨닫는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당시에는 의식하지를 못하다가 몇 년 뒤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을 깨달으며 심지어는 평생 죄의식에 시달려 살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왕따의 가해자였다고 답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옳은 길로 인도해준 학교선생님 등 성인들에게 감사를 표시한 사람도 많았다.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바라보며 우리 학생들도 학교 폭력은 그 자체로 나쁘며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심각성을 느끼고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 경찰관이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아닌 주체적인 해결자로서 학교 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스스로 역량을 키워가는 어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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