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스카우트, 핵심기술 빼가는 것"
"기자 스카우트, 핵심기술 빼가는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3.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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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채널A 상대 소송 … 2차 유출 방지 분석도
"베테랑 기자를 빼가는 것은 제조업으로 보면 핵심기술 빼가기나 마찬가지다." MBN이 지난달 초 채널A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며 밝힌 '핵심기술 유출론'이다. 방송사의 핵심기술인 기자(앵커)를 빼앗겨 사업에 방해를 받았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언론사 기자들은 대부분 "웬 소송"이라는 반응이었다.

언론사간 기자 스카우트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기자에게도 이직의 자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종편이 출범하며 기존 방송사 기자들이 스카우트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SBS와 YTN이 출범할 때 KBS와 MBC에서 기자들이 대거 이동한 전례가 근거다.

소장 제출 한 달이 지난 현재, 이런 언론계 반응을 모를 리 없는 MBN이지만 입장은 단호하다. MBN의 소송 담당자는 "엄포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며 "끝가지 가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MBN이 이처럼 강수를 두는 것은 인력 유출로 실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종편 준비기인 지난해 초부터 개국 직후인 올 1월까지 줄잡아 50명 가까운 기자들이 빠져나가 편집국이 휘청했다. 더 큰 문제는 기자 이적과 함께 방송 노하우가 유출된 점.

대표적인 게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 '뉴스쇼 A타임'과 TV조선의 '뉴스와이드 참'이다. 모두 MBN 출신 기자가 MBN에서 했던 형식과 비슷하게 진행한다는 게 MBN 측의 설명이다. 종편 전환 후에도 여전히 보도 프로그램이 핵심인 MBN에 타 종편 뉴스나 뉴스와이드가 경쟁력을 갖는 것은 차별화 전략에서 치명적이다.

MBN 장용수 보도국장은 "MBN 유무형의 자산인 17년 방송 노하우가 기자들과 함께 경쟁사로 고스란히 넘어갔다"며 "기자 빼가기는 언론계의 상도의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MBN 내에서는 이번 소송이 2차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집안단속용이란 분석도 있다. MBN 한 기자는 종편마다 보도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들며 "곧 다가올 기자들의 두 번째 연쇄이동에서 당하지 않기 위해 문단속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강행하고는 있지만 승리는 MBN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채널A의 사업 방해와 악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직자의 계약위반이 아닌 상대 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드물다. MBN의 소송 담당자는 "피해 사례를 모아 채널A의 영업방해 행위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널A는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채널A 한 관계자는 "기자가 자유의지에 의해 자리를 옮겼는데 언론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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