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삶겹살
삼겹살과 삶겹살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2.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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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돼지는 사람과 몹시 친숙한 가축이다. 예나 지금이나 농촌에서 돼지는 가족이다. 삼시세끼 식사도 같이한다. 물론 가족 중 사람이 먹고 난 후에 잔반을 차지하지만 말이다. 농가에서 돈이 필요하면 돈도 만들어 준다.

사람과 친숙한 것은 농촌뿐만 아니다. 돼지의 육체는 인간들에게 아주 헌신적이다. 서민적이기도 하다. 머리, 등심, 갈비, 안심, 앞다리, 뒷다리, 사태, 족, 목항정, 갈매기살 등 부위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찾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여러 부위 가운데 삼겹살은 남녀노소, 빈자부자,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기가 높다. 여럿이 회식이라도 하려면 십중팔구 삼겹살에 집중된다.

보통 상석 하석 구분없이 한 자리에 빙 둘러앉아 고기와 술잔을 나누는 것이 삼겹살 회식이다. 이 자리는 직위고하가 없고 서민적이어서 그 풍경은 자못 정겹다. 격의없는 소통의 자리도 된다. 삼겹살은 굽지 않으면 못 먹는다. 자리에서 누군가 구우면 누구는 젓가락으로 뒤집는다. 함께 만들어 먹는 요리라는 점에서 연대감을 갖게 한다.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서로 간섭하지도, 억누르지도, 지배하지도, 지배받지도 않는 오묘한 어울림을 만드는 것이 삼겹살 회식이기도 하다.

최근 한 음식프랜차이즈 업체가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면서 '삶은 삶겹살이다'는 슬로건 아래 삼겹살에 얽힌 고객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콘텐츠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겹살 한 점에 우리네 인생이 녹아들어 있고, '스토리'를 겹겹이 간직한 추억이자, 화해이자, 사랑의 매개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업체는 △ 대통령도, 청소부도 삼겹살 불판 앞에선 그냥 아저씨(삼겹살 평등) △ 쓴 소주 한잔에 눈물을 삼키고 삼겹살 한점에 잊어라(삼겹살 처방전) △ 미안하단 말보다 오늘 삼겹살 어때요(삼겹살 화해) △ 당신이 집어간 그 삼겹살은 누군가 간절히 구워지길 기다리던 소중한 한 점(삼겹살 매너) 등을 테마로 스토링텔링을 구성하고 있다. 감성마케팅 기법의 하나이지만 삼겹살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사례다.

이렇게 무시로 우리에게 다가온 삼겹살은 이제 한국인의 음식만이 아니다. 외국인들도 "삼겹살 넘버원"이란다. 최근 조사결과 외국인이 뽑은 한국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삼겹살을 꼽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외국인 1984명을 대상으로 물은 '외국인이 뽑은 한국음식' 설문조사 결과 558명이 맛있는 음식으로 '삼겹살'을 꼽았다. 2위는 김치요리, 3위는 떡볶이가 차지했다.

그런가하면 지난달 성 김 주한 미국 대사가 부임 인사차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찾아 '삼겹살' 토크를 했다고 해서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김 대사가 한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미국 워싱턴DC에 유명한 삼겹살집이 있는데 미국인이 주 고객이 돼 가고 있다"며 비빔밥, 불고기 외에도 한식으로 삼겹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하자 최 장관이 이를 받아 "삼겹살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소통의 음식"이라며 "눈으로 보고 귀로 지글지글 소리를 들으며 손으로 뒤집는다"고 삼겹살의 인기비결을 풀이했다. 최 장관은 이어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삼겹살이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한다.

이제 삼겹살은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김치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 삼겹살의 원조가 대한민국 충북의 청주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서울보다 10여년 앞섰다고 하니 청주가 원조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청주 삼겹살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삼겹살거리로 조성되는 청주 서문시장에서부터다. 청주의 도시마케팅은 물론 대한민국 축산업 부흥까지도 기대되는 청주 삼겹살거리가 또다른 한류열풍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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