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과 대형마트
저인망과 대형마트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2.12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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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먼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도구와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바다 밑바박에 있는 물고기까지 싹쓸이를 하는 끌그물을 저인망이라고 부른다. 자루를 연상하면 되는데 자루 입구 양쪽에 날개그물을 달고 길다란 끌줄을 달아 아랫자락이 바다 밑에 닿도록 해 수평방향으로 끄는데 배 한척이 끌면 외끌이 두척이 양쪽에서 끌면 쌍끌이라고 한다. 이런 저인망은 자루속 그물에 큰고기든 작은고기든 모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싹쓸이를 한다. 이 때문에 수산자원관리법으로 저인망의 싹쓸이 조업으로부터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연근해를 중심으로 조업금지구역을 설정해 놓고 있다.

우리는 평소 저인망식 표 훓기, 저인망식 수사, 저인망식 단속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싹쓸이를 하겠다는 것으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물샐틈없이 해내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싹쓸이를 연상시키는 저인망이라는 용어는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요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수퍼마켓)을 보면 저인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욕이 왕성하다.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심지어 어린이들의 용돈, 학생 주머니, 며느리가 몇푼 넣어주는 노인들의 호주머니까지 훑어간다. 가히 저인망이 아닌가.

우리나라에 처음도입될 당시 대형할인점은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묶음단위 판매를 하는 유통업의 한 업태였다. 그러니까 소량의 낱개 판매는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 몫으로 돌려놨던 것이다. 저인망어업으로 보면 조업금지구역인 것이다. 법으로 묶어 놓지는 않았지만 그랬다.

그러나 지금 대형할인점들은 집앞 골목까지 파고들어 코묻은 돈까지도 싹쓸이를 하고 있다. 거대자본인 대형마트와 SSM의 이 같은 무차별적인 침투에 골목상권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이를 저인망어업 규제처럼 법으로 묶자는 것이 지금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 제정이다.

이런 조례제정 움직임에 소비자들까지도 찬성 여론이 높다. 일단 하루 대형마트가 휴업을 하면 불편할 것은 소비자 자신들이지만 말이다. 이유는 자금의 역외유출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구조상 매일 발생하는 매출은 곧바로 본사로 입금처리된다. 대부분 서울에 본사를 둔 이들 대형마트와 SSM의 이익은 지역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대기업의 금고에 매일매일 쌓인다. 현지 직원 인건비외에는 지역에 내놓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한 예로 인재양성재단이니 장학재단이니 하는 것들이 지역에는 무수히 많다. 직간접적으로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하다못해 초등학생도 이곳에 돼지저금통을 털어 기부를 한다. 이 처럼 그 흔한 형식적인 기부마저도 대형마트들이 내놨다는 얘기를 지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역의 돈을 그렇게 싹쓸이 해 가면서도 말이다. 그러니 지역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찬성할 수밖에….

대형마트들의 입점이 최근들어 급격히 늘면서 충북 청주지역만도 일곱개가 성업 중이다. 여기에 청주와 청원지역에 새로 추가 입점도 추진되고 있다. 그 만큼 지역의 자금역외 유출과 골목상권 피폐현상은 더욱 심각해 진다는 것이다.

이렇게보면 지역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물론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시장경제 원리에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민선시대이니 만큼 계획경제 원리적용에 무리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면 가능다는 것이다. 이미 대세가 됐지만 충청권에서도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제정을 서둘러야 하는 당위성이기도 하다.

차제에 소비자 불편을 핑계로 반발하고 있는 거대자본의 사회적 책임과 경제 민주화에 대한 각성도 요구된다. 조례라는 하위의 법규지만 이를 통해 경제정의 실현의 물꼬가 됐으면 한다. 저인망어선들이 수없이 만선을 누려도 여전히 바다에는 우리가 먹을 생선이 남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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