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풍경…산다는 것과 살아 간다는 것 <8>
베트남 풍경…산다는 것과 살아 간다는 것 <8>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2.02.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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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베트남 풍경을 이야기하다가, 노을 이야기하다가 곁가지로 빠졌습니다. 하긴 곁가지로 빠진들 어떠겠습니까.

인생이 이미 정한 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닌 것을.

어느 시인이 그랬지요. '삶은 낡은 삼류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고 - 그래요. 삶이란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낡은 잡지처럼 한 번 읽히고 버려지는 그런 허망한 것. 그래서 한 번 살 때 더 잘 살아야지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인생 뭐 있어~ 라고 자포자기로 살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취했다는 것. '취한다는 것은 장엄하다'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장엄하게 살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세상을 '소풍'처럼 마칠 수 있다면 인생은 그럭저럭 살만하다 이야기겠지요.

한국에서 오래 살아서 외국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 나왔는데 산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은 어디나 버겁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지만 최선을 다하기도 쉽지 않고 주어진 것이 너무 무거울 때도 있으니 삶은 살아도 살아도 '팍팍한 황톳길'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냥 노을 보다가 생각나서 끼적거려 본 것이 장황하게 넘어갔네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구여.

인생은 가다가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는 것이니까요. 어찌 정해진 순서로 정해진 곳으로만 가는 것은 없을 테니까요.

삼천포로도 빠져 보고 허방다리도 짚어 보면서 우리네 인생은 깊어지고 푸르러져서 궁극에는 아름다운 무엇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제가 여행을 즐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여정.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에 버려졌을 때 해는 뉘엿 저물고 숙소는 아직 정하지 못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갈 곳도 부를 곳도 없는 고즈넉한 외로움.

그때 작은 눈물이 한 방울 살짝 흘러내립니다. 천지간에 나 혼자구나, 혼자라는 것은 외롭고 서러운 것이구나라는 감정을 느낄 때 슬프지만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싶어서 정해지지 않은 여행을 즐깁니다. 사람은 슬픔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배웠습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제게 끝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쉼없이 내려 쏟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더 살아야 나란 인간의 예쁜 모습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을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어쩌겠습니까. 그게 인생인 것을요.

정해진 '패키지 여행'은 안전하지만 즐거움이 덜 하지요. 배울 것도 그럴 겁니다. 정해지지 않은 변수. 그것을 통해 좌충우돌 배울 수 있게 되겠지요.

깊이 들수록 인생은 해석이 어렵고 난해해집니다. 그냥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삶.

그게 아름다운거라 믿습니다. 과녁을 겨눌 때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생각합니다.

시위를 떠나 화살이 과녁에 맞고 안 맞고는 이제 내 손을 떠났습니다. 과녁을 겨눌 때 전부를 거는 삶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나 죽은 뒤에 관 뚜껑에 못질해도 나는 못 들을텐데 불쌍한 육신, 그러나 아름다운 영혼.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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