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2)
옻나무(2)
  • 김홍은 <산림학 박사>
  • 승인 2012.02.0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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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은의 나무이야기
김홍은 <산림학 박사>

옻칠의 아름다움을 그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문헌에 보면 우리나라의 칠기에 관한 역사는 낙랑시대부터 발달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이 시대부터 그 기법이 다양하다.

나무그릇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다 칠을 도장한 목심칠도(木心漆塗)며 천(布)과 칠을 번갈아 겹쳐서 만든 협저(夾貯), 대나무로 그릇을 만들고 그 위에다 칠을 도장한 남태칠기(濫胎漆器), 흙으로 빚은 그릇 위에다 칠을 도장한 와태칠기(瓦胎漆器) 등으로 알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도 이미 칠전(漆典)이라는 관(官)을 두고 관에서 경영하는 제작소에서 칠기가 제작되었다 하니 옻나무의 활용에 관한 역사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 칠공예는 칠액값이 비싸고 작업상 불편 등으로 손쉽고 값이 저렴한 공업용인 캐수, 래커, 와니스, 에어건 등으로 해 새로운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 속 깊이 순수한 옻칠의 물건을 갖고 싶다.

요즈음은 옻나무를 건강식품이라 하여 옻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겁이 나서 아직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옻순을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어보면 그 맛을 당해 낼 산채가 없다고들 한다. 옻순을 좋아하는 사람은 생으로도 먹는다고 하지만 옻을 타지 않는 사람도 생옻순을 많이 먹으면 항문에 옻이 올라 가려움에 어쩔 줄 몰라 궁둥이로 새끼를 꼬듯 다리를 비비 틀면서 걸어다닌다고 한다. 만약 옻나무가 이런 걸음걸이의 모습을 본다면 속으로 껄껄 웃을지도 모른다. 옻은 예부터 민간약으로 써왔지만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등장, 시내에는 닭에 옻나무 껍질을 넣어먹는 옻닭집이 늘고 있다. 이런 세태 탓에 옻나무는 고사하고 흔한 개옻나무마저 수난을 겪게 되어 옻나무 식재의 선풍이 일고 있기까지 한다.

지난 여름이었다. 직장 동료 한 사람이 옻닭을 먹으러 가자고 하기에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에 따라나섰다. 그때 들은 이야기로 부부간에 얽힌 사연이 있다.

한 친구가 출장을 갔다오다가 옻닭집에 들러 옻닭을 진하게 해 소주 한잔도 걸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그날 밤 부부가 동침을 했는지 며칠 후 그 친구는 아내로부터 구박을 받게 되었다 한다. 출장 가서 못된 짓을 하고 돌아왔다며…. 남편은 어이가 없는 일이고 보니 오히려 아내를 의심하게 되자, 아내는 목불인견지처(目不忍見之處)가 가려우니 아내대로 남편을 의심하게 되었고 남편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으므로 아내를 의심할 수밖에.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었지만 신통치가 않아 병원에 가 진찰을 하니 옻이 올랐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 후로 그 부부는 옻나무만 보면 공연히 지난날이 생각이 나 얼굴이 붉어진다고 한다.

옻나무는 문화적인 고고함을 지닌 나무이면서도 해학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옻나무는 가을이 되면 단풍이 멋지다. 멀리 산비탈에 붉게 단풍이 들어 있는 잎은 가을볕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어쩌면 빨간 댕기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고향 처녀를 연상케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옻나무 꽃은 꿀도 많이 지니고 있는지 꿀벌이 많이 모여든다. 뿐만 아니라 굵은 나무를 잘라보면 노란 빛깔의 목리는 너무도 선명하고 아름답다.

옛날 사람들은 옻나무로 만든 관(棺)을 제일로 쳤다고 한다. 아마도 옻나무로 만든 관은 잘 썩지 않는 이유 때문인 모양이다. 옻칠을 하여 묻은 관은 수백 년이 지나도 생생한 채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옻나무는 보통 나무에 비해 종자가 많이 맺힌다. 그 종자는 특수 성분인 납질성분으로 쌓여 있어 여간해서 수분이 흡수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씨를 뿌려도 당년에는 싹이 돋아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년에 발아를 시키려면 납질성분을 벗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땅 속에 묻어두면 보통 2, 3년이 지나야 싹이 트인다.

나는 산을 오를 때마다 옻나무를 대하게 된다. 그럴 때면 많은 나무 중 옻나무가 맏며느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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