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충청도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1.20 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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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내북면 성암마을 설날 복조리 전통 이어
보은군 내북짚공예마을에서 주민들이 짚으로 복조리와 짚신 등을 만들고 있다. /유현덕기자

예나 지금이나 만복 기원 "운수대통 복~복 사세요"

"복사세요, 복사세요! 운수대통 복 담아 드립니다."

설날 이른 아침이면 복조리 장수의 정겨운 소리가 담장을 타고 들려온다. 지게에 잔뜩 복조리를 지고 집집을 누비며 복조리를 파는 장사꾼과 일찍 사면 살수록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속설로 동네 아낙네들은 앞다투어 복조리를 샀다.

이렇게 집안으로 들어온 복조리는 동전이나 엿을 담아 문이나 벽에 걸어 놓고 1년내내 복을 빌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엌의 필수품이있던 조리가 사라지면서 설날 아침 복조리 장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됐고, 옛 생활 속에 남아 있던 복조리 풍습은 이제 설날이나 돼야 생각나는 아련한 풍경이 됐다.

세태 변화로 요즘은 복을 기원하고 서로 나눴던 훈훈한 옛날의 설 풍경도 찾아 보기가 어렵지만 설을 앞두고 복조리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만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데 있다.

설날 아침 그 옛날 복조리 장수는 갔어도 복을 기원하는 변함없는 우리 민족의 마음이 지금도 복조리의 전통을 이어가도록 했다.

충북 보은군 내북면 성암마을이 그 전통을 잇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 최문자씨를 중심으로 한 주민 10여명이 짚풀공예로 복을 전하고 있다. 설 명절을 맞아 충청지역 주민들에게 복을 안겨드린다는 심정으로 복조리 마을을 찾았다.

3년전 처음으로 짚풀공예를 시작했다는 최씨는 짚을 이용해 옛 방식 그대로 복조리를 만든다. 촘촘하니 손길이 닿을 때마다 쓸모없어 보이는 지푸라기가 단단한 복조리로 탄생한다.

"옛날에는 산죽이나 싸리, 대오리로 복조리를 만들었지만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짚으로 복조리를 만듭니다. 요즘은 실용성보다는 장식용으로 구입하는 분들이 많아 색깔 있는 복조리를 제작해 선물할 수 있도록 했어요."

복이 주는 상징 때문일까. 옛날에는 복조리 장수가 오면 값을 깎지도 무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는 복을 깎고 복을 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마을 김기환 할머니(65)는 "복조리 사려 하는 소리가 들리면 여자들은 집 안에서 복조리 장수를 불렀지. 복을 들어오게 하려고 대문 밖에 나가서 복조리 사는 것도 안했어. 그만큼 복을 비는 마음이 컸었지"라며 "조리질 할 때도 집안으로 복이 들어오라고 집안 쪽으로 향하게 했어. 남자들은 복을 갈퀴처럼 긁어모으려고 복갈퀴를 사기도 했는데 지금은 복조리 보기도 힘들게 된 세상이 되었어"라며 옛 설 풍경을 들려줬다.

복조리의 기원은 농경사회인 우리나라 생활상과 관련이 깊다. 돌을 가려내기 위해 사용했던 조리를 보며 한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나라'는 뜻으로 새해 첫날 복조리를 사는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조정순씨(54)는 "어린 시절 이른 아침이면 어머니가 조리를 엇갈리게 묶어 방문이나 대청마루 기둥에 걸어두었던 기억이 난다"며 "왜 하필이면 조리를 사서 걸어두었는지 그땐 알지 못했는 데 가정에 복을 기원했던 어머니의 마음이었던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겨울 농한기에 접어들었지만 내북면 성암마을 주민들은 짚공예 만들기로 일손이 바쁘다. 마을회관 한켠에는 복조리뿐만 아니라 작은 짚신, 소쿠리, 멧방석, 둥그미, 또아리, 알둥우리, 소금항아리 등 짚풀공예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어려울 수록 도전해서 내것으로 만드는 일이 더 보람있다"는 최문자씨. 짚을 하나하나 엮다보면 손이 뻣뻣해지고 저린 것은 예사다. 하지만 이도 손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운동도 되고 내가 무엇을 만든다는 재미에 푹 빠진단다. 투박한 손 위에서 엮어지는 복조리의 탄생은 순수한 마음처럼 복이 그득하다.

"복조리를 만든다는 것은 복을 짓는 일이잖아요. 복을 지어 나눠 드리니 마음도 넓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새해 모두가 복조리에 복 많이 담아가세요"라며 복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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