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읽고 눈물 … 당연히 도전"
"대본 읽고 눈물 … 당연히 도전"
  • 노컷뉴스 기자
  • 승인 2012.01.1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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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메이커' 김명민
2002년 영화촬영중 다리 부상

극중 주만호와 동질감 느껴 …

촬영없는 날엔 15km 정도 달려

배우 김명민은 뛰고, 또 뛰었다.

철저한 메소드연기를 추구하는 그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19일 개봉될 영화 '페이스 메이커'를 위해 그가 뛰었던 양이 어느정도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본인 스스로가 죽도록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텐데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아주 명쾌했다.

김명민은 "한 남자의 인생과 우여곡절이 보이는데 그냥 미치겠더라. 눈물을 흘렸고, 가슴이 저리더라"며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런 느낌을 받으면 끝난거다. 그냥 해야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극 중 주만호와 동질감을 느꼈다. 다리에 선천적 결함을 지닌 주만호처럼 김명민은 선천적은 아니지만 2002년 영화 촬영 중 사고를 당해 다리가 으스러졌다. 지금도 그 후유증이 상당하다. 당시 촬영 중이던 작품이 계속 엎어지자 그는 아픈 다리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이민까지 계획했다. 그리고 운명같이 만난 작품이 지금의 김명민을 있게 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다. 김명민은 "주만호란 인물이 얼마나 아팠을지가 느껴졌다. 또 이민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불멸의 이순신'으로 다시 출발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평생 남을 위해 달려온 주만호가 자신을 위해 다시 뛰는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극 중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뛰어야 할지는 그 다음 문제. 그는 "두 번째 읽을 때 현실적인 게 보인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은 상황"이라며 "대본에도 뛰는 게 많은데 이걸 담아내려면 얼마나 뛰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웃었다.

특히나 실제 마라톤 선수도 뛰지 않는, 한 여름 삼복더위에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아스팔트에서 뛰는데 열이 이글거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며 "뛰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고 최면 아닌 최면을 걸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명민의 말처럼, 극 중 주만호는 영화 시작부터 뛰기 시작해 뛰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뛰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건 쉬었다 다시 뛰는 것.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2012런던올림픽 마라톤 경기 장면을 예로 설명했다.

"30km까지 뛰고, 그 이후는 다음날 찍게됐는데 어떻게 해야 30km를 뛴 사람의 얼굴을 할 수 있을지 죽을 것만 같았다. 어느정도 뛰었냐에 따라 얼굴 표정이 다르다. 실제 마라톤 선수처럼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비슷하게라도 해야 감정을 전해줄 수 있다. 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아침 7시 촬영 시작인데 5시30분부터 계속 뛰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김명민의 노력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이는 곧 진한 감동으로 전해져 마음을 울렸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셀 수 없을만큼 뛰길 반복했지만 그는 지금도 촬영 없는 날이면 아침에 15km 정도 남산공원 주위를 뛴다. 오히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터라 이전보다 뛰는 양이 늘었다. 그는 "어느 순간 아침에 일어나서 체육복을 슬금슬금 입고 있더라. 눈이 오는 날은 마스크를 끼고 완전무장한 채 뛴다. 심지어 비오는 날도 뛰더라"고 설명했다.

마라톤의 매력에 대해 묻자 거침없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생기는 성취감은 물론 수차례 오는 사점(dead point)을 극복하면서 오는 희열이 있다. 그때마다 살아온 인생의 굴곡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인생을 되짚어볼 수 있다. 그건 직접 해보지 않고선 절대 느낄 수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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