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급한 교육계 … 지자체·지역사회 협력 절실
마음만 급한 교육계 … 지자체·지역사회 협력 절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2.0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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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행 '주5일 수업제' 준비됐나
충북 시범운영 결과 자율성 탓 결석률 증가
전문강사 부족·안전관리 등도 문제점 대두
체험관 등 협조·마을 공동체 활성화도 필요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다.

2010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40시간 근무제가 확대 시행토록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6월 주 5일 수업제 전면 자율 시행 정책이 발표됐다.

주 5일 수업제는 충북은 올 3월부터 폐교 예정(외천초, 백곡중)인 학교와 충북체고, 양업고 등 특수목적고를 제외한 초등학교 259개교, 중학교 130개교, 고교 82개교 등에서 전면 시행된다.

주5일 수업제로 연간 수업 일수는 220일에서 190일로 단축된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20%를 차지하는 5인 이하 사업장에 다니는 노동자를 비롯해 자영업자, 비정규직 종사자들에게는 자녀들의 늘어난 토요 휴업일에 대한 부담이 크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점검해 봤다.

◇ 주5일 수업제 시범 운영해보니

충북에서는 지난해 2학기 초등학교 26개교와 중학교 14개교 등 40개교에서 주5일 수업제를 시범·운영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는 토요휴업일 토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시범학교 학생 1만600명 가운데 1493명으로 14.8%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 없이 혼자 토요일 집을 지켜야 하는 나 홀로 학생은 878명. 이 중 토요프로그램 참여율은 454명으로 절반이 넘는 51.71%로 조사됐다.

중학교도 시범학교 14곳의 토요프로그램 참여율을 보면 총 6384명 가운데 1669명(26.14%)이 참여했고, 나 홀로 학생은 768명 중 323명(42.06%)이 토요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청주남평초의 경우 전교생 1395명 가운데 130명(10.0%)이 토요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나 홀로 학생 45명 중 40명(89%)이 토요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청주남평초는 토요 휴업일 토요스포츠, 도서실, 과학, 국악 등의 프로그램을 오전에 실시했다. 전교생의 10%가 참여했지만, 자율성을 갖고 운영을 하다 보니 신청을 하고도 결석자가 많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지역 노인들이 교통지도 봉사활동을 했다.

청주 모 초등학교 관계자는 "주중 방과 후 활동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며 "스포츠 활동의 경우 지자체가 체육관이나 공설운동장을 개방해 시 소속 전문강사가 지도하는 전문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지역사회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외국, 토요휴업일 운영 어떻게?

프랑스는 2008년 이후 초등학교 토요일 수업이 폐지되면서 토요 휴업일 교육활동으로 교육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토요일 아침 무료 아틀리에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표현·창작 아틀리에(서커스, 댄스, 연극, 미술, 합창 등), 스포츠 아틀리에(공 스포츠, 라켓 스포츠 등)로 나눠 격주로 개설되며 6~12세를 대상으로 한다. 장소는 학교, 스포츠·여가 센터에서 이뤄진다.

파리 시가 운영하는 스포츠 발견 무료 아틀리에는 7~17세까지 아동 또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주말 오전 시간에 진행되고 모든 장비는 시에서 제공한다. 주관은 파리시내 민간 스포츠 단체 및 파리시 고용 스포츠 교사(학교 개설 경우는 파리시 고용 체육교사 파견)이며, 축구, 테니스, 힙합, 스케이트보드, 체조, 수영 등이다. 스포츠 기관에 따라 참가비는 연간 45유로(약 7만 원)를 상회할 수 없다.

독일은 지방자치단체 연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뮌헨시는 청소년 방학·가족 패스포트 프로그램을 통해 주말과 방학을 위한 다양한 여가, 스포츠, 교육관련 프로그램을 패스(1년 단위)로 실시된다.

이 프로그램은 여가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와 쿠폰을 제공하고 각종 문화시설(미술, 연극, 영화, 스포츠 등)할인 혜택과 무료 이용권(방송국 견학, 수영장, 동물원 2회)을 제공한다. 가족 패스포트는 부모동행일 경우 할인이 적용되며, 비용은 1년 단위로 14세 이하 14유로(2만 원), 15~17세 10유로(1만 6000원), 가족은 6유로 추가되며, 소득에 따라 무료로 운영된다.

미국의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는 학습아카데미를 개설해 공립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의 학력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뉴욕시 윌리엄 그래디 직업고등학교는 학생 체험 활동을 전담하는 직원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인근 지역 사회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다. 토요학교에서는 결석이 잦은 학생을 대상으로 댄스, 패션디자인, 드라마 및 시나리오, 웹디자인, 스틸밴드, 대학입학시험 준비(SAT)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근 대학들은 학업능력에 제한이 없는 영재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지역공동체 협력 절실

연간 수업 일수 단축에 따른 수업시수 조정과 중·고교의 주요 교과목 파행 운영을 막는 교육 당국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것과 함께 지역사회는 토요휴업일 프로그램을 학교에 전적으로 떠맡기기보다는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최지연 교수는 주 5일 수업제가 학생에겐 창의적 체험학습의 기회를, 교사에겐 전문성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 교수는 "미국은 마을이나 지역 단위로 구성된 부모 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체험활동이 다양하다"며"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주부끼리 뜨개질 강좌를 열기도하고, 학교 시설을 대여해 민간단체가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게도 하고, 공공도서관, 주민센터, 박물관, 체육시설 등을 개방해 전문강사가 참여하는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교사들은 수업컨설팅을 받거나 취미활동을 통해 수업에 반영토록 전문성 함양 시간을 갖되 프로그램은 도교육청이 개발하고, 지자체와 민간단체와 학부모 연합회 등은 프로그램 개발에 제 구실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는 "외국은 주민을 중심으로 한 연합체가 많다"며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모를 대신해 이웃이 아이를 돌봐주는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역사회 교육기능 강화 추진"

임기혁 과장 < 충북도교육청 교수학습 지원과 >


주5일 수업제에 대비해 충북도교육청에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교육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임기혁 교수학습지원과 과장(사진)은, "도교육청은, 주5일 수업제 추진위원회를 조직, 교육국장을 위원장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연합회가 자문 역할을 하도록 했다"며 "추진위원회는 기획연구·협력지원·개발운영·평가분과 등 4개 분과로 나눠 유관기관과의 MOU 체결, 정보 교류네트워크, 재정적 지원 등 주5일 수업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중·고교 보다는 초등학교에서 주5일 수업제에 따른 학생들의 관리가 중요한 만큼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토요 돌봄 교실'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수요에 따라 초등 돌봄 교실에 아침, 저녁, 토요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1교 1개 이상 돌봄 교실을 설치하되 저소득층 돌봄 대상 학생 및 맞벌이 가정 밀집지역을 우선 배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프로그램·보육시설 준비 시급"

한미화씨 < 직장인 학부모 >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에 다니는 두 딸을 키우는 한미화씨(사진)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주5일 수업제로 출근하는 토요일 자녀를 어디에 맡길지 고민이다.

공무원인 남편이 주 5일 근무를 하지만 출장이 잦고, 한씨는 한 달에 두 번 토요일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방학 기간도 초등학교 저학년은 돌봄 대상이지만 3학년은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없어 학원 한 두 곳을 더 보내고 있었다"며 "태권도 학원에서 최근 주5일 수업제에 대비해 토요일 오전 건강 줄넘기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원비가 별도로 2~3만원 더 들어간다" 고 말했다.

한미화씨는 이어 "교육 당국이 주5일 수업제가 되면 가족끼리 여행도 가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보육 시설을 마련해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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