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세 논란, 기부문화 확산 계기되길
버핏세 논란, 기부문화 확산 계기되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1.01 2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말 많았던'한국판 버핏세'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부자 증세가 목적이었는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며칠 전만해도 국회에서'부자 감세'만 철회하고 증세는 올해 선거에서 민의를 수렴해 결정하는 걸로 돼 있었는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이 갑자기 밀어붙였다. 통과된 법안의 골자는'과세 표준 소득 3억원 초과에 38% 세율 적용'이다. 3억원 까지의 소득에는 기존 6~35%의 세율을 적용하고 초과 소득에 대해서 38%의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정부가 올해 더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니 적진 않은 돈이다.

그러나 여론은 탐탁지않다. 당장 이번 법안 발의를 주도했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무늬만 부자 증세'라고 비판했다. 애초 여야 공동 발의안에 2억원 이상 초과 소득부터 적용하기로 명시했는데 이게 한나라당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국내 3억원 이상 초과 소득자는 전체 소득자의 0.17%에 불과하고 특히 근로소득자(개인 사업자)는 전체의 0.08%에 불과해 '상위 1%의 증세로 99%를 도와주자'는 버핏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이번 법안에 2억원 초과 200억원 미만 구간 법인사업자의 과세율은 되레 22%에서 20%로 줄어들어 정부마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온라인 상에 시큰둥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마디로 별무신통(別無神通)이다. 잘한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내용이 없다는 의견이 주류다.

개중 몇몇 목소리가 신랄하다. '이건 버핏세가 아니다. 현재 중산층과 젊은이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게 막는 법이다. 부유층의 자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버핏세는 원래 소득세 개념이 아니고 금융 소득에 대한 과세다. 고소득 급여자가 아니라 고소득 금융 자산가에 과세를 해야한다'등 정부나 국회가 버핏세의 취지와 개념을 모른다는 비판이 거셌다.

서글픈 건 버핏세를 놓고'갑론을박'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CAF(자선원조재단)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기부 지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9%로 81위에 그쳤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1,2위, 캐나다와 아일랜드가 공동 3위, 미국은 5위였는데 기부 지수가 무려 50%를 훌쩍 넘었다.

이들 나라는 워런 버핏처럼 재벌, 부자의 거액 기부가 당연시 돼 있는 나라들이다.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인데 우리에겐 불행히도 그런 거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 속 인물이 돼버린 소설 상도의 실제 주인공 임상옥, 김만덕, 경주 최부자 등이 있었다는 게 위안일까. (아니 최근에 있긴 있었다. 삼성, 현대가에서 조 단위 안팎의 거액을 기부했다.'범법 후 면죄부성'기부라서 퇴색되긴 했지만.)

문득 우리 지역에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설렁탕 장사를 하며 1977년 1억원(현 시가 50억원 추정)을 충북대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김유례 할머니(작고). 역시 홀로 떡볶이, 노점상 등 궂은 일을 해 모은 돈 43억원을 충북대에 기부한 신언임 할머니(81). 한국전쟁 때 남편과 사별하고 대전에서 김밥장사로 모은 전 재산 51억원을 충남대에 기부한 이복순 할머니(법명 정심화, 작고). 제천에서 삯바느질로 마련한 수 억원대 땅을 도서관 부지로 기증한 김학임 할머니(작고). 이분들을 두고 버핏세를 고민하는 우리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