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더스의 꿈
고양 원더스의 꿈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1.12.25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고양 원더스(Goyang Wonders)는 2011년 12월 12일 창단한 프로야구 팀이다.

경기도 고양시를 연고지로 하는 이 구단은 기존 8개 구단들과 성격이 다르다.

프로팀에서 지명받지 못하거나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등 재기를 꿈꾸는 야구선수들에게 프로 구단 입단 도전 기회를 부여할 목적으로 창단됐다. 그래서 국내 첫 번째 독립구단으로 불린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내년부터 고양 원더스가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창단 이념은 '열정에게 기회를'.

삼성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가 군 입대를 계기로 팀에서 방출된 정대욱. 올 3월까지만 해도 대학교 랭킹에 드는 우수 내야수로 기대된 선수였으나, 경기 중 예기치 못한 발목부상으로 지난 6월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한 불운의 조용호. 롯데 자이언츠 유망주 포수로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가 2군으로 내려앉은 뒤 결국 방출된 이승재.

이처럼 원더스의 창단 멤버 45명의 선수들로부터 실패한 사연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고양 원더스는 '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 99개의 공을 제대로 못 던져도 1개를 잘 던지면 그 공에서 희망을 찾는다'라는 정신으로 출범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팀의 감독이 야신(野神)으로 불릴 정도로 야구계에서 득도(得道)한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라는 점이다. SK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지 4개월 만에 전격 야구에 복귀했으나, 그가 정작 맡은 팀은 만화의 '외인구단'과 같은 팀이다. 연봉은 2억원.

김 감독은 1984년 OB(현 두산)를 시작으로 27년 동안 6개팀을 이끈 백전노장의 최고 감독이다.

내년 고희(古稀)인 70살의 김 감독은 평소 '일구이무(一球二無)' 정신을 강조했다. 공 하나에 두 번째는 없다는 의미다.

그런 치열함은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회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그는 "선수들이 과거 어느 팀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에게 '후회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인생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했다.

이런 특별한 선수와 감독으로 구성된 이 팀의 구단주 또한 남다르다.

고양 원더스 구단주는 소셜 커머스 사이트 '위메이크프라이스(wemakeprice)'로 유명한 (주)나무인터넷의 모기업인 (유)원더홀딩스의 허민 대표(35)다.

서울대를 졸업한 허 대표는 던전 앤 파이터라는 게임으로 대박이 났다. 얼핏 보면 실패가 없는 인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입시에 한 번 떨어졌고, 25세에 차린 게임 회사는 첫 게임이 성공했지만 이후 18개의 게임이 모두 망했다. 28살에 빚이 30억원이었다.

결국 성공시킨 게임 회사를 매각한 뒤 허 대표는 미국의 버클리 음대에 지원했다. 또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도전했고, 결국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런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본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고양 원더스다. 그리고 1%의 가능성이라도 찾아 패자부활전을 원하는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노크할 수 있는 곳이다.

신묘년(辛卯年)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실직자나 청년실업자들에게 올 한 해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한 해는 이들에게도 고양 원더스처럼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도 그동안 도전만 강조했지,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인색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