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전나무
  • 김홍은 <산림학 박사>
  • 승인 2011.12.18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홍은의 나무이야기
김홍은 <산림학 박사>

지구상에는 수백 종의 수목들이 자라고 있지만 저마다의 생태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습지에서도 삶을 버티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사막 같은 건조지에서도 목마르게 사는 나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추위에 떨면서 견디는 나무도 있다. 밝게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전나무가 그렇다.

전나무는 언제 보아도 늠름하고 넉넉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어 있는 우람한 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안아 보고 싶어진다. 의젓한 청년의 딱 바라진 가슴이기라도 한 듯 미덥게만 느껴진다. 밋밋하고도 흠집 없이 곧게 자란 아름드리나무를 대하게 되면, 부잣집 대문 안을 들여다보는 마음처럼 흐뭇하기만 하다. 아래로 처지는 듯하면서도 사방을 균형 있게 죽죽 뻗어나간 가지는 은근히 마음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심산구곡으로 청아하니 자란 푸르름을 자랑이라도 하듯 조용히 서 있는 나무. 수많은 세월을 안고 묵묵히 아름 벌도록 연륜을 늘여 온 나무 앞에 서면 헤프게 살아온 지난날의 시간들이 부끄럽기만 하다.

선조들은 우람한 나무를 대하면 신성시하여 신으로 모셔 왔지만 오늘의 우리들은 나무를 베어다 돈으로 만드는 생각뿐이다. 그러니 훗날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

전나무 숲을 걸으면 노인은 자기가 살아온 지난날의 인생을 떠올릴 테고 젊은이들은 연인과 함께 사랑의 언약을 하고 싶겠지. 어린이들은 전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할 거야.

식물학자는 나무의 생활사를 추정하고 싶어질 테고, 임업인은 수형목(秀型木)으로 지정하여 종자를 받아다 파종을 하고 싶겠지. 화가는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길 게고 건축가는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겠지.

십자가에 못박힌 채 골고다 언덕을 오르던 그리스도, 그때 십자가 널판은 전나무이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교회 내부의 십자가는 전나무로 만들어 놓는다. 또한 유럽지방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전나무에다 트리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관습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도 육,칠 년생 전나무들을 화분에 담아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든다.

언제인가 독일에서 있었던 이야기라 한다. 세 젊은이들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가다 보니 아름다운 숲이 있어 그 숲 속을 가고 있자니 산책을 나온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다. 세 젊은이들은 푸른 전나무 숲속을 걸어가는 아가씨의 아리따운 모습에 그만 모두 반해버리고 말았다.

세 젊은이들은 아가씨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며 서운한 마음을 안은 채 손에다 들려 준 전나무가지를 들고 길을 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뿐이었다. 세 사람은 여행을 하는 도중 얼마 아니 가서 전나무가지를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중의 한 사람만은 그 아가씨의 아름다움을 못 잊어 전나무가지를 버리지 아니하고 소중히 여기며 들고 갔다.

얼마만큼 가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젊은이가 들고 있던 전나무가지가 황금으로 변하여 있었다. 그 황금 전나무를 본 두 젊은이는 그제야 후회를 하며 전나무가지를 버린 곳으로 달려가 보았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아직도 독일에 있는 노이엔불크의 숲속에는 밤이 되면 전나무가지를 찾고 있는 두 젊은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전나무는 행운의 나무로 전하여져 오고 있다. 이 같은 전설 때문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전나무로 지은 집에 살고 싶어들 한다. 그러나 나는 전나무로 지은 집에 살기보다는 전나무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생각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