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베이비붐 세대가 연다
100세 시대 베이비붐 세대가 연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1.12.11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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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뉴스를 보려고 리모컨을 작동했다. 채널을 옮기는 과정에서 탤런트 김갑수가 누군가의 이름을 흐느끼며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의 한 장면인데 초저녁에 소주 한잔을 한 듯했다. 공원 벤치에서였다. 분위기상 아들인 것 같은데 이름을 부르다가 흐느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탤런트 이미숙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극 중 김갑수의 아내였다. 얼마간 애처럽게 지켜보던 이미숙이 극 중 남편 김갑수를 안쓰러운 듯 끌어안았다. 그러자 김갑수는 아내 이미숙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더욱 슬프게 울었다.

단 몇 컷을 봤다. 그럼에도 상황을 알 것 같았다. 가장으로 아들에게 뭔가를 해 줘야 하는데 못해 주는 신세가 그를 엉엉 울게 만든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선뜻 집으로 못 가고 공원 벤치를 찾아 실컷 울어나 보자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아내가 봤고 그 마음을 아는 아내 또한 마음이 찢어졌을 게다. 찢어질 것 같은 아린 마음이지만 해 줄 수 없는 부모. 그래서 또 한잔을 마시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꺼이꺼이 울 수밖에 없는 그런 가장의 모습.

순간 울컥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동화돼 종종 눈물을 흘리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눈물이 아니라 가슴 저 밑바닥부터 훑으면서 저며오는 뭔가가 나를 울컥하게 했다. 내가 그 장면을 보고 느낀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맞는지 모른다. 짧은 순간 보고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오늘만 같아라'라는 한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애환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유년 시절엔 거의 대부분이 가난을 경험했다. 중·고등학교를 무시험으로 들어갔다. 유신과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었다. 88올림픽 이후 경제부흥의 시기에는 풍요를 누렸다. 그러다가 IMF체제를 맞이해 다시 한 번 좌절을 겪었다. 이런 과정에서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탰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주역이라고도 부른다.

6.25 전쟁이 끝난 후 55년에서 64년 사이에 태어난 900만 명.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를 말하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지금 탈출구 없는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712만여 명 중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312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은퇴를 시작한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교적 부모 부양에도 성실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자녀들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평생 자녀들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 이제 줄줄이 정년을 하는 이들은 미래가 두렵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엔 젊지 않고 뒷전으로 물러나서 노후를 즐기기에는 그렇게 늙지도 않았고 경제적 여유도 없다. 새로운 일거리 역시 만만치가 않다.

이들의 현실은 초라하다.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돌보는 책임을 다해 왔지만 정작 자신들은 퇴물 취급을 받으며 조기퇴직과 구조조정으로 쫓겨나는 등 천덕꾸러기가 돼 은퇴를 종용당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처량한 현주소다.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이 이미 80세를 넘어섰다. 이제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은퇴를 한다면 이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은 노인이 된다. 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100세 시대는 베이비붐 세대가 연다고 봐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 100세 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를 베이비붐 세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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