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동물농장을 떠올리는 이유
다시 동물농장을 떠올리는 이유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1.12.0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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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을 ‘쥐’로 표현하는 책을 냈다. 세련된 풍자라면 차라리 카타르시스라도 느낄 텐데 첫장부터 증오와 오기만이 가득하다.

‘시끄럽고 곳간이나 축내는 말도 안 듣는 게 쥐’, ‘서이독경(鼠耳讀經·쥐 귀에 경읽기)’, ‘대통령의 말, 서푼짜리 동전만도 못하다’, ‘퇴임 후 남대문에서 빈대떡 장사나 하라’, ‘몰염치 파렴치 후안무치의 삼치가 MB정신’, ‘국가의 지도자가 거짓말이나 하는 사회는 망해야 한다’, ‘쥐 구멍에 물이나 들어가라’, ‘뼛속까지 친미라니 국산 쥐는 아닌 듯’.... 봉은사 주지 시절 MB정권에 당한 것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그 원한의 사무침에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독재자 스탈린의 권력체제를 우화한 소설 ‘동물농장’은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동물들이 인간을 내쫓고 자기들만의 나라, 동물농장을 세우는 것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그리하여 동물들이 주인이 되자 평등사회라는 이상(理想)을 천명하지만 점차 동물농장은 힘을 가진 돼지들과 그 돼지들을 지켜주는 개들만이 특권을 누리는 부패사회로 타락한다.

전두환 정권의 몰락을 예고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사한 모래시계 검사 출신 김용원 변호사는 93년 ‘브레이크 없는 벤츠’라는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된 후 올 초엔 다시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를 발간해 역시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판·검사는 정의의 사도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권력과 돈, 인맥에 휘둘리며 되레 죄를 많이 짓기에 절대로 천당에 갈 수 없다고 단정하며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동물농장의 돼지들이고 우리나라의 판·검사들은 동물농장의 개들이다”라고 일갈해 큰 파문을 던졌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 공교롭게도 판·검사는 물론이고 변호사까지 연루된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져 나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두 사례를 떠올리며 정작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어느덧 우리 사회에 틈입하는가 싶더니 이젠 온 나라를 휘젓고 있는 아주 적대적인 냉소주의, 비아냥의 횡행이다. 누구보다도 인간과 삶의 문제에 지고한 가치를 견지해야 할 종교지도자조차 현직 대통령을 쥐라고 짓밟으며 증오의 이빨을 가는 것도 그렇고, 자기가 속했던 조직에 막무가내로 비수를 들이대는 이 나라 최고 엘리트들의 행태도 그렇다.

반대편의 입장에서 듣는다면 그야말로 머리에 지진이 날 정도의 모멸과 증오로 가득찬 ‘나는 꼼수다’가 시대적 아이콘이 되었는가 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상대를 깔아 뭉개는 욕설부터 쏟아낸다고 난리다. 사회의 어디랄 것도 없이 공존과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상대는 그저 죽어 없어져야 하는 극단의 적개심과 반목, 그리하여 마땅히 존중돼야 할 권위마저 난도질 당하는 시대적 트렌드(!)가 넘쳐난다.

이명박 정권의 최대 패착은 4대강사업도 아니고 한·미 FTA도 아니다. 국민들의 정서를 이렇듯 황폐하게 만들어 나라 전체에 반인륜적 냉소와 불신을 만연케 한 원죄인 것이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외상값을 떼어 먹어 식당을 망하게 하고, 목사가 자신이 주례를 선 여신도를 겁탈하는가 하면, 단속나간 경찰이 성접대를 받아도 사람들은 그저 비웃기만 한다. 반칙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되레 그러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면서 말이다. 때문에 이런 것들이 만들어 낼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지 않는가.

조지 오웰이 그린 동물농장의 최후는 동물들이 서로 물어뜯고 뜯기다가 결국엔 부패한 돼지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추방했던 인간을 다시 불러들여 카드놀이를 하고 술을 마시며 케세라 세라 하는 것으로 끝난다.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가는지도 모른다. 동물적 탐욕과 이기가 도처에 넘쳐나고 충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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