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관심 고조 당위성 뒷받침돼야
복원 관심 고조 당위성 뒷받침돼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2.09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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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청주읍성 지상위로 드러내자

 

청주 중앙공원 안에 남아 있는 조선 건축물 충청병마절도사영문

지금까지 청주읍성의 발굴 현황과 청주읍성 복원 가능성에 대해 다방면으로 조명해 보았다.

조선시대까지 청주 역사의 축을 이룬 청주읍성 자리는 1911년 일본 시가지정비 사업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권력공간으로, 행정공간으로 철옹성을 구축해 왔던 읍성은 일본 식민지 정책과 근대화 물결을 이겨내지 못하고 과거역사 공간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 사라진 청주읍성에 관심이 모아지며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공식 '청주읍성서문터'를 발굴조사하며 드러난 읍성의 흔적은 비록 미약했지만 역사학자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복원의 가능성을 가시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현대화된 도심 속에 과거 건축물을 복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곰곰이 따져 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라진 성을 복원했을 경우, 청주라는 공간적 개념의 예측과 지금은 물론, 미래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대한 역사와 상징적 의미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복원 사업을 추진할 경우 어느 선까지,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역사학 연구자들과 도시계획 담당자들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복원 가능성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미래적 요소를 담아내면서도 합리적 예산 투입과 효율적 공간이용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청주읍성 복원을 희망하는 목소리에 담긴 이면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 왜 성을 복원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주읍성 복원에는 '청주역사 정체성 확립'이라는 큰 틀을 내세우고 있지만, 또 다른 기저에는 일본과 문화라는 두 개의 물줄기가 형성되어 복원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일본' 기저에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무너진 역사라는 데서 무조건적인 복원여론이다.

이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세우기 코드이긴 하지만, 자칫 복원에 그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문화'의 기저에는 경제적 가치창출이 내재돼 있다.

문화콘텐츠로의 건축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화자원으로의 읍성 복원은 역사 고증이 무시된 채 세우기에 급급할 수 있다.

따라서 청주읍성 복원을 추진하기 위해선 성을 중심으로 이어져온 청주의 역사와 성이 만들어지기 이전 청주의 다층적인 역사의 켜를 조명하는 기초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초연구와 함께 타 지역의 읍성 복원 사례와 현황을 점검하는 것도 사업추진에 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읍성은 청주만의 유산이 아니다. '성곽의 나라'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전국에는 크고 작은 성이 산재해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335개의 행정구역 중 읍성이 있는 곳이 96개소인데, 그중 경상도 27개소, 전라도 20개소, 충청도 15개소로 하삼도에 축조된 것만 62개소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이후 1987년 연구서 '한국의 성곽연구'(손영식·문화공보부)를 보면 "전국의 읍성 중 완형에 가깝게 보존된 곳은 9개소, 일부 유구를 찾아볼 수 있는 읍성은 63개소,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성은 18개소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2004년 문화재로 지정된 읍성의 분포를 보면 전국에 34개에 이른다.(표)



이처럼 전국에 세워진 성은 1999년 이후 문화재수리·보수에 있어서 원형보존 원칙이 정해지며 지방자치단체의 읍성 복원과 보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문화관광산업의 새로운 콘텐츠로 부각되자 각 지자체가 너도나도 '읍성복원'에 투자하며 복원 열풍이 진행 중이다.

그중 기획취재에서 사례로 소개했던 홍주읍성과 대구읍성, 전주읍성, 경주읍성은 어떻게 청주읍성을 복원할 것인가에 고민을 안겨 주었다.

원형복원에 나서고 있는 충남 홍주읍성은 장기적인 계획 속에 인근 건물을 매입 중이었으나, 성안에 있던 근대문화유산 건축물마저 철거해 또 다른 아쉬움을 안겨 줬다.

성이 있던 자리가 번화가로 변화된 대구읍성의 경우, 성곽길과 남문건립, 일부 구간 성곽 재현 등 부분적 복원으로 대구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역사적 상징보다는 자원화된 성 복원에 초점을 둔 형태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리고 전주읍성의 경우, 한옥마을이라는 성공한 문화콘텐츠에 밀려 복원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사적지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주읍성의 경우, '신라'라는 유리한 토대를 배경으로 역사도시 경주를 찾아가고 있었다.

이처럼 각 지역마다 성을 중심에 두고 다르게 추진되고 있는 복원 및 정비사업은 도시공간이라는 개념 속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제 복원의 첫 단추를 꿰야 할 청주는 어떤 모습의 복원이 추진되어야 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청주만의 고유한 색채를 지니면서도 역사성과 상징성, 미래지향성을 담아 내는 읍성복원을 키워드로 삼아 다양한 요청과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성곽문화재는 한 시대에 만들어져 유지되어 온 잠적문화재가 아니다. 오랜시간을 거치며 다양한 시대를 거쳐 만들어져온 면적문화재다, 특히 읍성의 경우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살아온 문화재이므로 그 복원과 원형의 고증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제언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라진 청주읍성을 지상 위로 드러내기 위해선 국민의 역사교육의 장이며 휴식공간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자원으로의 역할 등으로 복원의 당위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끝>

성곽이 헐리면서 성돌로 쌓은 대구 계성학교 아담스관.

전주 한옥마을과 어우러져 고도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전주읍성의 풍남문.

원형을 복원 중인 홍주읍성에는 사대문 중 조양문이 남아 있어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사적지로 지정돼 도시 전체를 역사도시로 조성 중인 경주읍성.

 

전국 읍성현황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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