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감상기
TV 감상기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1.12.0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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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요즘 TV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잇따르고 있다. 고화질로 늘 보던 공중파 채널은 먹통이 된 지 일주일째가 됐고, 새로 선보인 종편채널은 "무슨 NG모음도 아니고…" 영 마땅치가 않다.

우선 공중파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밥그릇 싸움에 왜 시청자들의 권리가 침해당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재송신 송출을 월요일인 지난달 28일부터 중단하면서 기존 고화질(HD) 방송을 시청하던 케이블TV 가입자들의 불만은 주말과 휴일까지 이어졌다.

케이블TV SO에 가입한 770만 가구가 이전의 고화질(HD)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표준화질(SD) 방송을 보는 불편을 겪었다. 충북지역의 경우 케이블TV SO에 41만여 가구가 가입돼 있고, 이 중 HD 화면을 시청하는 가입자는 7만 가구에 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SO는 지상파 방송의 케이블TV 재송신을 두고 서로 주고받아야 할 대가 산정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상파 방송들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가입자별 요금(CPS)을 낮추는 데 구두 합의했지만 가격 인하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 할지 이전 가입자까지 포함시킬지를 두고 케이블 측과 최종 타결을 보지 못해 송출 중단 사태에 이르렀다.

양측의 싸움에 불특정 다수인 애꿎은 시청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또 지난 1일부터는 4개 종합편성채널이 일제히 개국됐다. 기대와 우려 속에 베일을 벗었지만 종편은 첫날부터 방송사고와 졸속편성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TV조선은 이날 개국과 동시에 사고를 쳤다. '안녕하십니까 TV조선입니다' 방송 시작 직후 약 10분간 화면이 위와 아래로 분할되는 방송사고가 발생했고, 음성이 제대로 표출되지 않는 등 문제를 드러냈다. JTBC도 심야 프로그램 방송 중 송출이 중단되는 사고를 냈다. 종편 4개 채널 합동 개국축하쇼도 미숙한 진행을 보였다.

프로그램 편성 역시 엉망이었다.

JTBC는 이날 오전 급히 편성표를 바꿔 당초 방송하려던 'JTBC에 바란다'를 2일로 미뤘다. 대신 이날 밤 방송 예정이었던 '특집 TBC, JTBC로 부활하다 - 언론 통폐합의 진실'이 앞당겨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시간으로 예정됐던 밤에도 재방송됐다. 프로그램의 면면도 개국 특집 프로그램으로 도배하며 자사 홍보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날부터 재방송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콘텐츠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매일경제 MBN은 시간대별 뉴스로 편성의 대부분을 채우면서 종편으로 재탄생한 이후에도 여전히 보도 채널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보도 프로그램들도 대대적으로 파격적인 뉴스를 하겠다고 공언, 많은 기대를 했지만 기존 지상파 포맷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느낌이었고, 진행에 있어서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다수 나왔다.

이제 막 개국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상파 못잖은 뉴스와 콘텐츠로 미디어 빅뱅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던 당초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당혹스러웠다. 결국 시청률은 대부분의 프로가 1%를 넘지 못했다.

이런 수준밖에 안되는 종편들이 엄청난 광고료를 요구한 것을 놓고, "콩나물 보여 주면서 산삼 값 받아내는 꼴"이라고 소설가 이외수씨가 왜 비아냥거렸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지난 1주일 TV는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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