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와 오기(吳起) 장군
충북대와 오기(吳起) 장군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1.12.04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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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사기(史記)'의 '오기열전(吳起列傳)'을 보면 위(衛)나라 장군 오기(吳起)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기는 평소에도 신분이 가장 낮은 병사들과 다름없이 생활을 하는 등 주위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 그런 그가 어느날 다리에 생긴 종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병사를 발견했다. 그는 망설임없이 종기가 난 병사의 다리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냈다. 그로 인해 그 병사의 종기가 말끔히 나아 고통이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다. 일개 병사에 지나지 않는 아들의 종기를 장군이 몸소 입으로 고름을 빨아내 낫게 해 줬는데도 감격하기는커녕 크게 슬퍼한 것이다.

이를 괴이하게 여긴 한 사람이 "오기 장군이 몸소 졸병인 당신의 아들 다리에 난 종기의 고름을 빨아내 주셨다는데 통곡할 일이 아니잖소" 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그러자 그 병사의 어머니가 말했다. "예전에 우리 애 아비도 병사였는데 그때도 오기 장군께서 애 아비의 다리에 종기를 난 것을 보고 입으로 고름을 빨아 준 적이 있지요. 애 아비는 장군께 크게 감동했어요. 그런데 그게 문제였어요. 전장에 출전한 애 아비는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끝까지 적과 싸웠어요. 다른 병사들은 불리하면 물러나 화를 모면했는데 애 아비는 물러날 줄 모르고 싸우다가 결국 적의 손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장군께서 아들의 고름을 빨아 주셨다니 이제는 그 애도 전장에 나가면 장군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고 싸울 테고 결국은 죽게 될 것이 뻔한데 통곡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매우 슬퍼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화를 통해 명분과 실리를 떠올릴 수 있다. 명분 때문에 지아비를 잃은 에미가 또 그 명분 때문에 자식을 잃을 수 있음을 슬퍼하는 것이다. 즉 자식을 잃지 않기 위해 실리를 생각하는 에미의 마음을 간파할 수 있다.

명분과 실리는 서로 허와 실을 따지며 팽팽하게 맞선다. 때론 냉혹하게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게 되고 때론 주저없이 명분을 앞세우게 된다. 하지만 명분 없는 실리와 실리 없는 명분은 늘 비판을 받는다. 이 때문에 명분과 실리 앞에서는 그 선택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충북대가 그렇다. 명분과 실리를 양손에 쥐고 어쩔 줄 모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이 같은 상황으로 몰고간 교육과학기술부가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이다.

충북대와 함께 구조개혁대상에 포함된 강원대가 찬반 격론 속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국립대 선진화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거점대학 중 유일하게 충북대만 남게 된다. 그러나 아직 충북대는 구성원 간 논란이 진행형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실과 파행으로 얼룩진 대학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고, 자율적으로 특성에 맞는 학교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총장 직선제는 아주 훌륭한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적잖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명분론에서 그렇다.

그러나 실리 없는 명분은 공허하다. 경박하지만 때론 명분 없는 실리를 챙기는 편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충북대는 양손에 쥔 명분과 실리 중 어느 하나를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다. 충북대의 구성원들이 혜안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한다면 서글프지만 명분을 내려놔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학교 발전만을 염두에 둔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강원대마저 떠나고 홀로 남겨진 충북대가 명분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희생은 너무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공허한 명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충북대 구성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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