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봉화는 성공 … 소득 자원화까지는 갈 길 멀어
육봉화는 성공 … 소득 자원화까지는 갈 길 멀어
  • 김성식·임형수기자
  • 승인 2011.11.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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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은어 육봉화 사업
2004년 대청호서 월동 치어 다량 확인

완전 정착 위해 산란철 남획 자제해야

은어는 바다빙엇과의 민물고기로 바다와 하천을 오가며 생활사를 이어가는 회유성 어류다. 예전엔 바다로 흘러드는 거의 모든 하천에 살았으나 수질오염과 하구둑 등의 장애물로 인해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은어 특유의 수박향 때문에 'sweet fish' 혹은 'sweet smelt'란 영명이 붙여졌다. 맛 또한 뛰어나 예부터 이름난 진상품이었다. '영덕읍지'에 의하면 조선시대 은어를 제때 진상하지 못해 파직당한 원님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은어는 오늘날에도 기호도가 높은 고급 어종으로 손꼽힌다. 1년생이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고 번식력도 강해 경제성 역시 높은 어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에서는 방류사업을 통해 사라진 은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충북도에서도 은어 육봉화(회유습성을 잃고 민물에 완전히 정착하도록 하는 것)를 통한 소득자원화 사업을 7년째 펼치고 있다.

은어 방류사업은 전편까지 소개한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된 목적이 내수면 어자원 제고, 즉 소득 자원화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라진 어종을 각 수계에 이식해 인위적으로 정착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종 복원사업과 유사한 면이 있다.

◆ 은어 육봉화 사업 추진 과정 및 배경

충북도가 은어 방류사업을 처음 시도한 시기는 약 20년 전인 1990년대 초. 당시 경북 울진종묘배양장에서 치어 약 1만 마리를 무상 분양받아 남한강 수계인 충주호에 2회 시험방류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95년에 수정란 5백만개를 충주호 상류인 단양 도담삼봉 부근에 이식했으며 1996년엔 단양군 단성면과 충주시 금가면 지역에 수정란 5백75만개씩을 이식한 바 있다.

이어 1997년부터는 수정란 이식 대상지역과 단위를 늘려 남한강 수계(충주호 상류)인 단양군 가곡면 가대리에 7백만개,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에 2백만개, 금강 수계인 옥천군 청성면 합금리(대청호 상류)에 3백만개, 음성군 원남면 조촌리(미호천 상류)에 20만개를 이식하고 1998년엔 충주호와 괴산호에 각각 2백50만개씩을, 1999년엔 충주호 상류에 5백만개(제천시 백운면 덕동리 2백만개, 단양군 영춘면 상리 3백만개), 괴산호 상류(괴산군 청천면 운교리)에 2백만개를 각각 이식했다.

이와 함께 치어 방류사업도 병행해 1996년엔 괴산호 상류에 2만 마리를, 1997년엔 충주호 상류에 1만 마리, 괴산호 상류에 2만 마리를 방류하는 등 2000년까지 총 133만여 마리를 방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정란 이식 및 치어 방류 실적에도 불구하고 각 수역에서의 은어 육봉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어미로 자란 은어가 자연 산란해 스스로 개체수를 늘려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착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치어 방류 및 수정란 이식 사업은 2000년 이후 잠정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2004년 12월 충북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대청호에서 월동 중인 은어치어가 다량 발견됨으로써 사업 시작 10여 년 만에 육봉화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 은어 특산단지 조성 사업

비록 각 수역에서의 육봉화는 실패했지만 대청호에서의 정착이 확인됨에 따라 충북도는 2004년 12월 '은어 특산단지 조성을 통한 대청호 은어 소득 자원화 계획'을 수립해 2005년부터 옥천군을 중심으로 사업 재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05년도엔 대청호 상류인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에 수정란 2천2백20만개를 이식한 데 이어 2006년엔 2천만개(옥천군 동이면 관내), 2007년엔 2천5백만개(옥천군 군북면 관내), 2009년엔 2천만개(옥천군 동이면 관내)를 각각 이식했다.

2010년부터는 충북도내수면연구소도 사업에 참여해 올해까지 수정란 1천3백만개를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부근 금강 상류에 이식했으며, 옥천군도 수정란 3천7백50만개(2010년 2천5백만개, 2011년 1천2백50만개)를 금강 상류에 추가 이식했다.

옥천군은 또 치어 방류사업에도 힘을 기울여 2006년 23만 마리, 2007년 37만8천 마리, 2008년 22만7천 마리, 2009년 7만8천 마리, 2010년 7만 마리 등 약 1백만 마리를 금강 상류(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부근)에 추가 방류했다.

◆ 소득 자원화 과제

충청타임즈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2011년 현재 은어가 육봉화했거나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곳은 대청호와 충주호뿐이다. 남한강 지류 수역인 괴산호는 2008년 9만3천 마리, 2009년 5만6천 마리, 2010년 7만1천 마리의 치어를 추가 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된 물고기 서식현황 조사(중앙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팀)에서 극소수 개체만 발견됐을 뿐 육봉화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내 최초의 육봉화 수역인 대청호의 경우도 상류부에서의 출현 빈도나 개체수가 해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완전 정착단계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올해의 경우는 금강 상류의 허가어업자들마저 겨우 한두 마리씩만 잡았거나 아예 구경조차 못했을 정도로 개체수가 현저히 적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군 동이면 관내의 한 어부는 "3~4년 전만 해도 산란철인 10월경이면 하루에 수백 마리씩 잡았으나 올해는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며 의아해 했다.

충주호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소득자원화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처럼 약 20년간에 걸쳐 수많은 치어와 수정란이 각 수역에 방류 또는 이식됐음에도 완전한 육봉화 혹은 소득자원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서식환경이 잘 맞지 않은 점(괴산호, 충주호)과 산란철 현지 주민들의 무분별한 남획(대청호, 충주호)이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례로 충주호 유입 하천 중 출현 개체수가 비교적 많은 제천시 관내 송계계곡의 경우 해마다 산란철만 되면 계곡 하류에 수십 개의 그물이 겹겹이 쳐지는 등 남획행위가 극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계계곡 주민 권모씨(47)는 "다른 곳과는 달리 송계계곡에는 해마다 9~10월 산란철이 되면 은어 어미들이 떼지어 올라오고 있으나 너도 나도 달려들어 싹쓸이하기 때문에 산란하는 개체수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병배 충북도내수면연구소장은 "은어 소득자원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지속적인 치어 방류와 수정란 이식도 필요하지만 월동 및 산란기에 은어 포획을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지역주민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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