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박물관 안내판 '엉터리 표기' 망신
천안박물관 안내판 '엉터리 표기' 망신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11.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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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표기·연혁내용 오류 수차례 지적에도 방치
"검토없이 베껴쓰다 일어난 일… 이해할 수 없어"

'이 절에서 아타파구신도량(阿?波拘神道場)을'

천안박물관 2층의 천안역사실 입구의 '봉선홍경사의 연혁' 대형 안내판. 한자 하나가 표기되지 않은채 '?'(물음표)로 돼 있다. 어려운 불교용어 '타'자가 인쇄 과정에서 누락된 것을 2008년 9월 천안박물관 개관 때부터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 홍경사 연혁 내용이 포털사이트에서 '홍경사'를 입력하면 검색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내용을 정리한 것이란 사실이다. 단어 사용과 표현 방법이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일례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절 서쪽에 객관 80칸을 세워 광연통화원이라 하고 숙소와 양식과 말먹이 등을 마련하여 행인들에게 제공하였다'를 천안박물관 안내판에선 '사찰 서쪽에 객관 80칸을 세워 광연통화원이라고 하고 숙소와 양식, 말먹이 등을 마련하여 여행인들에게 제공'이라고 정리했다. 몇 개 단어만 살짝 바꿨다.

'(물음표)'는 인터넷 검색 내용을 복사해 안내판에 사용하면서 최종적으로 인쇄 상태를 점검하지 않아 표기된 것이다. 그 후 박물관 측에서 발견하지 못 해 3년간 많은 관람객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천안박물관의 무신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천안고고실 입구의 '천안의 연혁' 안내판 오류는 향토사학자 및 언론에서 여러 번 지적됐으나 여전히 그대로다. 연혁 넷째 줄에 '1005년(목종 8년)에 (천안군이) 폐군이 되었으나 그 사유는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천안군이 사라진 게 아니라 '도단련사' 직책이 없어진 걸 잘못 적은 것이다. 16년 전 발행된 천안시지(天安市誌)의 잘못된 내용(상권 125쪽)을 그대로 베껴 벌어진 일이다. 또 연도를'0930(년)''0995(년)'로 적어 햇수 앞에 '0'을 붙이는 기이한 연도 표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향토사학자 임명순씨는 "문제가 된 안내판은 모두 기존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베끼면서 일어난 일"이라며 "전문직인 박물관 학예사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수년째 방치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안박물관은 지난 5월 '천안의 마한·백제' 특별전을 열면서 전시장 대형 안내판과 도록에 청당동 유적지 위치를 4km나 떨어진 불당동으로 엉뚱하게 표기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청당동과 불당동, 비슷한 이름에 헷갈린 인쇄과정 실수를 박물관 측도 알아차리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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