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그 시작은 가정이어야 한다
안전, 그 시작은 가정이어야 한다
  • 황의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충북지도원장>
  • 승인 2011.11.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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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칵테일
미국의 심리학회 회장이었던 아브라함 마슬로우(A.Maslow)는 “인간은 끊임없이 보다 나은 환경을 갈망하며 살아간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낮은 수준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더 높은 수준의 욕구에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발표한 바 있다. 제1단계는 생리적 욕구, 제2단계는 안전의 욕구, 제3단계는 사회적 욕구, 제4단계는 인정의 욕구, 제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에 이어서 1970년도에 발표한 제6단계의 욕구는 자아초월의 욕구(배려)를 제시했다.

배가 고프거나 안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1,2단계의 욕구가 우선적이기 때문에 자존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높은 수준의 욕구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먹고 살아가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아프리카의 환경이나 우리의 삶을 돌아볼 때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한 국가의 국민소득, 교육수준, 문화창달 등의 민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국민들은 안전을 생활화하고 체질화하여 서두르지도 않고 조급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느끼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가정은 정부의 축소판이라고 하고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말한다.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는 가정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의 가정이라는 곳은 일터였고 학교인 동시에 병원과 은행의 역할은 물론 법원과 정부의 역할까지도 수행했다.

일가친척의 공동체적인 협동생활은 범위가 작은 지역사회에서 체면을 중시하며 서로에게 올바른 예절과 생활자세를 갖추도록 하면서 공동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일을 따라 이동이 잦아졌고, 경쟁력, 생존의지가 점점 커지면서 말과 행동이 거칠어졌고 예절이 무너졌으며 무책임하게 처신함이 일상이 되었다.

친척이나 가까운 이웃에게 배려하는 마음도 줄어들고 입시경쟁을 비롯한 입신양명을 향한 줄달음은 금전만능과 배금주의를 불러일으켜 왔으며, 치부하거나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생명쯤은 가벼이 여기고 소홀하게 다루는 풍조가 싹터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은연중 남의 생명 사이에 섞여 사는 내 생명도 차차 가벼이 다루어지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안이함에 내가 그 희생양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한두 명의 실수가 큰 사고를 부르는 그런 경우도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안전에 대한 교육기회가 없이 바로 사회에 진출하고 보니 산업현장에서 안전에 소홀할 수 있어서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앞세워 근원적으로 가정에서부터 안전을 이해하고 생활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에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난 후 가정과 학교에서의 불안전한 것들을 작성케 하여 설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 낸 것 중 일부를 소개하면,

“우리 집 부엌에 형광등이 있는데 하루에도 몇 차례씩 떨어집니다. 오늘도 또 떨어질까 봐 무섭습니다.”

“우리 집에는 아버지께서 자주 사용하는 공구함이 내 키보다 높은 곳에 얹혀 있는데 그 공구함을 내리려고 까치발을 하면 손이 닿을랑 말랑 하는데 그 공구함이 머리 위로 떨어져 박살날까 봐 무섭습니다.”

“우리 학교 복도에는 구멍이 나 있는데 지나가다가 그 구멍에 발이 빠질까 봐 두렵습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 아이들의 수준에서 판단해서 잘못된 것을 보고 ‘조심해라!’ 하지 말고 바로바로 개선해 주어야 하는 게 어른들의 도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다소 어수선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인성이 중요한 때라 생각하지만 안전의식도 인성에 우선하여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짐으로써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하다. 입시에, 컴퓨터에, 회사일에 시달리다 보니 가족 간 따뜻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기에 슬프다.

그래서 이제라도 가정에서 안전을 챙겨야 한다. 밝고 건강한 가정, 풍요로운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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