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밤샘토론
울분·밤샘토론
  • 배훈식 기자
  • 승인 2011.11.27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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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 반발 확산
전국의 일선 수사경과 경찰들이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지난 25일 밤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 충청풋살체육공원에서 수갑을 반납하고 회의를 하고 있다. /배훈식기자
전국 수사경과 100명 청원서 대응방안 모색

수갑 반납 …"檢 꼼수, 警 더 강한 족쇄" 한탄

국무총리실이 경찰의 내사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일선 경찰들이 한데 모여 울분을 토로했다.

전국의 수사경과 경찰 100여명은 지난 25일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 충청풋살체육공원에 모여 수사권 강제조정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은 오후 8시로 예정됐었지만 6시부터 토론장소에 먼저 도착한 10여명의 경찰들은 가져온 수갑을 반납하고 동료 경찰들을 기다렸다.

또 토론회 장소인 공원 내 식당 곳곳에 '근조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에겐 족쇄를, 검사에겐 백지수표를.', '조정안 전부 수용하겠다 비리검사만 수사하게 해 달라' 등 수사경과 경찰들의 심정을 담은 구호들을 붙였다.

토론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장표 청주흥덕경찰서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말도 안 되는 조정안이 나왔다"며 "이번 강제조정안으로 검찰의 권한이 강화되는 등 수사권이 과거보다 오히려 후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들은 이번 국무총리실의 강제조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경찰관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50여 년이 지난 올해 9월에야 처음으로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얻었는데 대통령령 강제조정안이 수사개시권을 다시 검찰에 갖다 바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해 달라는 게 애초의 요구사항이었는데 검찰이 꼼수를 쓰는 바람에 달라진 게 없다"며 "오히려 경찰이 더 강한 족쇄를 차는 신세가 됐다"고 한탄했다.

한쪽에서는 "결국 수정 없이 강제조정안이 통과될 것", "조현오 청장도 결국엔 강제조정안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등 자조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이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경찰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제 와서 숨길 게 뭐 있나. 솔직하게 밥그릇 달라고 질러버리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언제까지 쥐 죽은 듯 있을 거냐. 지렁이 10만 마리가 꿈틀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 왜 수갑만 반납하나. 1인 시위도 하고 연가투쟁도 하자" 등의 제안이 이어졌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계속된 마라톤 토론에서 국무총리실의 강제조정안 처리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한 경찰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행정부가 대통령령을 통해 뒤집은 셈"이라며 "이번 사태가 검찰권력을 견제하려는 정치권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경찰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수사권에 대한 문제는 국민들이 체감하기 힘든 문제"라며 "검찰의 권력독점이 어떠한 문제들을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새벽 2시가 넘도록 이어진 토론은 체육공원 인근 펜션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다.

경찰은 새벽 5시가 넘어서야 끝난 이날 토론의 결과를 조현오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또 현직 경찰과 경찰 관련 인사, 시민의 서명을 받아 국무총리실 조정안 수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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