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보석을 품은 석류나무(2)
붉은 보석을 품은 석류나무(2)
  • 김홍은 <산림학 박사>
  • 승인 2011.1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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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은의 나무이야기
옛날 중국에 안덕왕 연종(安德王 延宗)이 결혼을 하고 처가에 행차를 하였을 때, 장모가 석류 두 개를 왕인 사위에게 바쳤으나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왕은 석류를 버렸단다. 이에 왕비는 친정어머님이 석류를 바친 뜻은 신혼에 자손을 많이 두시기를 기원하는 뜻에서라고 깨우쳐 주었다고 한다. 이후부터 다자(多子)의 뜻과 자손의 번성을 담게 된 과일로 알게 된 것이란다. 이런 연유로 여자들의 비녀에는 석류를 새겨넣은 석류잠을 꽂고 다니게 되었으며 장농이나 문갑에도 반드시 석류무늬를 새겨넣게 되었다고 전한다.

산사(山寺)에서는 석류나무를 법당 부근에 흔히 심고 있다. 이는 인도의 전설에 석가세존이 어린애를 잡아먹는 귀신에게 아기 대신 석류를 먹으라고 주어 귀신을 물리치게 하였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이런 연유로 하여 가정에서도 울안에다 석류나무를 심으면 자손을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어서라고 전해지고 있다.

석류를 도가(道家)에서는 삼시주(三尸酒)라 한단다. 사람의 몸에는 삼시라는 해충이 있는데 사람이 깊은 잠이 들어있는 경신(庚申)날 밤에 삼시는 몰래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와 천제(天帝)님한테 그동안의 잘못을 모두 일러바치게 되는데, 석류를 먹으면 이 벌레는 취하여 그만 하늘로 가지를 못한다고 한다. 이로 하여 사람의 잘못을 일러바칠 수 없게 된다 하여, 석류를 먹는 풍습도 전하여 오고 있다.

천하일색 양귀비가 머물던 화청궁에는 아직도 그때의 석류나무가 연못가에 남아있다. 그때 그 사람은 없어도 지난 세월을 말해주는 듯 묵은 석류나무의 용트림 치는 듯한 아름다운 줄기가 그림자가 져 연못에 한 폭의 그림처럼 떠있다.

여름이 되면 양귀비같이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피어 있고, 가을이면 파란 하늘에 수없이 많은 열매가 주렁주렁 황홀하게 매달려 있다. 홍보석 같은 석류알들이 쏟아져 맑은 물속에 빠져 있을 화청궁 연못의 운치를 떠올려보니 양귀비의 웃음이 석류나무 가지에서 조용히 피어날 것만 같다.

옛날에 한숙창(韓叔昌)이란 사람은 꽃구경하기를 좋아하였단다. 그는 일찍이 석류씨를 구해서 개간한 밭에 다 뿌렸는데 싹이 튼 다음에 보니 이랑에 가득한 것이 모두 버들이었고, 가끔 한두 개가 석류였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것을 물었더니,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석류 유(榴)자는 버들 유(柳)자에 전(田)자가 따른 것이니 버들이 나는 것은 괴이할 것이 없다”라고 하였단다. 그러고 보니 석류 유자를 떼어놓으면 버드나무임을 ······

중국 당나라 때에 남초(藍超)라는 젊은이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가다 흰사슴이 있어 잡으려고 쫓아갔지만 사슴은 온데간데 없고 큰 돌문만이 앞에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하얀 백발노인이 나타나더란다. 무서워 도망을 치려하니 백발노인은 남초에게 다시는 흰사슴을 쫓지 말라며 석류꽃이 핀 가지를 꺾어주길래 이를 받아드니, 노인은 돌문으로 사라지고 손에는 석류나무 가지만 쥐어 있을 뿐이었단다.

석류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석류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첫사랑의 아름다운 소녀를 다시 만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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