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보다는 이수근이 낫다
강호동보다는 이수근이 낫다
  • 한덕현 <본사 사장>
  • 승인 2011.11.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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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정치가 아무리 생물이라고 하지만 애먼 사람을 두 번 죽일 뻔했다. 방송을 떠나 두문불출 근신 중인 강호동이 난데없이 내년 총선의 한나라당 영입대상으로 거론됐다. 결국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고 한나라당 입장 역시 당 차원이 아닌 일각의 사담(私談)이 와전된 것으로 정리됐지만 참으로 개그나 코미디 이상 가는 재미를 안겼다.

물론 강호동이라고 해서 정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가 다져 온 캐릭터라면 정치 또한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자질이 엿보인다. 리더십도 그렇고 특히 한때 천하장사를 독식하다시피한 그 힘과 투지(?)를 감안한다면 요즘처럼 여야가 물리적으로 대치할 경우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박원순에 놀란 한나라당이 이른바 2040세대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엔 공감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대안으로 강호동을 떠올렸다는 데엔 같은 당 사람들조차 당혹스러워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호동 얘기가 나오자마자 여론은 초장부터 부정적이었고, 이에 덩달아, 의원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호들갑인 한나라당을 향해 "여전히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고 상종가의 연예인에게 당의 간판만 씌워주면 '만사 OK'라는 식의 오만함에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한나라당이 젊은층 공략에 몰두하는 지금의 조바심은 당연하다. 어찌 보면 지난번 10·26 재보궐선거는 스마트폰과 2040으로 상징되는 젊은 표심의 서곡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금의 추세와 분위기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선 2040 세대의 아예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 조짐의 일단이 지난 15일 청주교대에서 있은 문재인의 '운명' 북 콘서트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오후 늦게 시작된 행사엔 별다른 홍보조차 없었는데도 무려 1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몰려 들어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4, 50대는 물론이고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한데 어울려 거의 두 시간 동안 꿈쩍도 안 하고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그 비결이란 게 다름아닌 아주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대화와 소통, 교감이었다.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무대에 앉아 마이크를 주고 받으며 객석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세상얘기와 고민을 함께 나눴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비록 하찮은 대화에서조차도 관객들은 어느덧 자기 스스로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면서 이를 구체화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운명이라는 책을 쓴 작가가 됐든 혹은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됐든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이날 문재인이 각진 탁자에 의지해 근엄한 정장 차림으로 객석을 향해 원맨쇼를 했다면 그런 성황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갑자기 2040에 목을 매는 한나라당이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여기에 다 있다. 정치와 정치인은 무슨 특권이나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한데 어울려 서로 가꾸고 만들어 가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우리 몫이니 너희들은 찍기나 하라는 식의 권위, 관료적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게 2040세대들의 트렌드다. 그런데 여전히 한나라당이 그런 고정관념에 젖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 이번 강호동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2040세대를 잡기 위해 꼭 인기 연예인을 영입하겠다면 차라리 강호동보다는 이수근을 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강호동처럼 이미 뜰 대로 뜬 주연이 아닌 주로 조연 역할임에도 그는 다소 어줍은 행동과 인간다운 유머로 늘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며 프로그램을 살찌운다.

최고 스타를 데려와 유권자들에게 억지 환호를 유도할 게 아니라 조금은 덜하지만 이수근을 내세워 함께 웃고 함께 상상케 하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SNS로 상징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정치성향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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