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은 '인턴기회' 대학은 '자문역할'
농장은 '인턴기회' 대학은 '자문역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1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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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역변화를 이끈 미국의 농산물 마케팅 전략
<지방대학, 지역구성원이 되다>

대학이 학위를 주는 기능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미국의 대학은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역민의 상담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

농업 분야가 뛰어난 대학은 종자 개발이나 제품 연구, 학생인턴제공 등으로 지역에 도움을 주고, 대학교수들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지역산업 자문 역할을 하며 연구실을 개방한다. 민간단체는 특산물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입주기업 유치에 힘을 쏟는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지원 없이 농산물로 지역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농산물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 길로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길로이(Gilroy)는 미국산 마늘의 60~70%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마늘 산지다. 마늘 축제를 개최하기 전 이 지역은 토마토, 양파, 포도 등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했지만 농업과 관광을 연계하기 위해 1979년부터 마늘 축제를 개최하며 마늘도시의 명성을 쌓았다. 32년이 흐른 현재 이곳은 매년 200만명이 방문한다.

'마늘축제'는 미국의 10대 문화관광 축제로 꼽힌다. 매년 7월 축제가 열리는 사흘 동안 찾는 관광객은 15만 명. 축제 기간엔 마늘요리 시연 및 판매, 유명인사 요리강좌, 나물요리 경진대회, 마늘 포스터 경연대회, 락 공연, 미술 공예전 등 오감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마늘을 소재로 한 메모지, 엽서, 인형, 컵, 올리브유 등을 판매하고, 자원 봉사자들은 지역 축제 지원자로 참여한다.

비영리단체인 길로이 축제위원회는 수익금 일부를 학교나 교회 등 자선단체 기부금으로 지출하며, 나머지는 차기 축제 기금으로 사용한다. 1979년부터 2003년까지 마늘 축제를 통해 모금된 금액은 650만 달러. 축제위원회는 축제 홍보를 위해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12개국에 홍보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마늘을 주원료로 한 기업 입주 유치를 위해 길로이는 비영리 단체인 길로이 경제개발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회는 기업의 인·허가, 부지 선정, 사무실 임대 등 행정 지원을 한다. 매년 250개 기업이 입주 정보를 요청하고 있으며, 시 정부는 인센티브를 통한 사업장 유치 및 확대를 지원한 결과, 현재 150개의 유명 브랜드의 매장이 입주한 길로이 프리미엄 아울렛 및 월마트 등 대형 아울렛 매장이 들어섰다. 아울렛 매장 입구에는 마늘 홍보관이 자리 잡고 있다.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의 매출은 연 1200만 달러로, 길로이 세금의 25%를 차지한다.

길로이에 입주한 최대 마늘 가공업체인 올램인터내셔널은 마늘 수확기인 5월부터 11월까지 475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평소 250여 명에 불과한 인력이 마늘 덕분에 2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셈이다. 이 기업은 UC 데이비스대학과 공동으로 마늘 품종 및 유전자, 질병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지아텍대학이 개발한 에너지절감시스템을 공장에 적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천연가스개발연구소에 기탁한다.

◆ 소노마 밸리

느리게 먹기, 느리게 살기를 지향하는 슬로시티. 캘리포니아 주 소노마 시에 자리 잡은 와인 생산지역인 소노마 밸리는 201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한 도시다. 슬로시티로 인정받으려면 전통적인 수공업과 조리법이 보존되고, 인간중심의 자연친화적인 농업을 사용해야 한다.

소노마 시의 인구는 9900여명, 그러나 소노마밸리에 사는 인구는 3만5000명이다. 이 지역은 매년 내·외국인 방문자가 48만여명에 이른다. 이 지역은 20세기 초반 금주법으로 소노마 지역 와이너리의 대다수가 문을 닫을 때에도 일부 와이너리가 살아남았고, 현재 72개 와이너리가 원조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의 명맥을 유지하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소노마 밸리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친환경 농장인, 그린스트링 팸(Green String Farm)은 160에이커 대지에 포도, 토마토, 브로콜리, 사과, 수박, 피망 등 수십여 가지의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다. 잡초와 함께 농산물을 기르다 보니 크기는 작고, 모양은 볼품없지만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관광객들이 매일 수백명씩 방문하며, 직판장 매출도 평일 1200~2000달러에 이른다. 이 농장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산책하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했다.

소노마밸리 72개 와이너리로 구성된 협의회는 와인의 맛을 제외한 판매 가격, 출하시기 등의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병충해가 발생했을 때는 정보공유를 통해 해결하고, UC 데이비스 대학에 자문해 신농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곳에는 버클리대, UCLA대 등 대학생과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60~70명의 학생들이 인턴으로 일한다. 이들은 3개월 정도 농사일을 돕고, 농장은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현재도 20여 명이 인턴으로 있으며, UCLA 대학에서는 농장에서 경험을 쌓은 인턴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 밖에 학생을 대상으로 1일 농장체험을 실시한다. 또, 대학에서는 2년제 주니어 컬리지를 개설해 학생, 주민 누구나 입학해 와인제조, 포도재배, 소믈리에 등 교육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과정을 마치면 인증서와 함께 4년제 대학 편입을 할 수 있다.

◆ "농산물 홍보 비영리단체 협력 필요"


△제인 하워드 길로이 웰컴 센터 이사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관광지로서의 여건도 중요하지만, 관광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인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제인 하워드 이사는 지난주 중국,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녀는 "마늘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 아니지만, 관광객들은 길로이를 방문해 마늘을 이용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아울렛 매장을 방문해 필요한 물품과 길로이 특산물을 구매하도록 길로이 투어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한다"며 "농산물을 홍보하려면 농민, 지역, 기업이 개별로 나서기보다는 비영리 단체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대형 유통 매장이 입점해 지역 경제가 죽은 게 아니라 오히려 관광객이 지역을 찾는 매개체를 추가해 소비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길로이는 35년 전 작은 농업도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가고 싶은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 "학생들 실습 대학 연구 발전에 도움"


△게리 애드워드 그린스트링 팸 대표

게리 애드워드씨는 학생인턴제를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실습기회를 제공한 것이 대학연구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은 노동력 확보보다는 와인산업 홍보를 위해 학생들이 현장 체험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농장 경험은 취업과 진학에도 경력으로 인정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리 애드워드씨는 농장을 무료로 완전 개방해 관광객들이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입소문이 나 매출도 증대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과 20~30년 유대관계를 통해 학문적 자문이 필요할 때 위스콘대나 UC데이비스대 교수들에게 방문 또는 이메일, 전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농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정보를 공유해 유기농업을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글 김금란기자·사진 공동기획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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