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골탑과 충북도립대 등록금 인하
우골탑과 충북도립대 등록금 인하
  • 장선배 <충북도의원>
  • 승인 2011.11.1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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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학문의 전당으로 상아탑(象牙塔)이라 명명됐던 대학이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린 지 오래다.

농업이 주축산업이었던 시절,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낸 농민들의 아픈 현실을 표현한 것이 우골탑이다.

소 없이는 농사짓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소는 농가에 없어서는 안 될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런 소를 팔아 자식의 대학 학비를 마련했다. 소를 팔고 나면 남의 집 소를 빌려 쓰고 일한 품삯을 주거나 사람이 그 일을 대체해야 했으니 더욱 곤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디 소뿐이랴. 자식의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논도 팔고 빚도 내야 했다. 자식의 대학교육에 가능한 모든 재원을 투입했다.

여건은 많이 달라졌지만,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서민들의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사립대학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대에 들어선 것은 현대판 우골탑에 다름 아니고 서민들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

때문에 학생들과 서민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등록금 반값' 공약이 제시됐다. 등록금 반값 공약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공약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부인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반값등록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내부적으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정부 차원의 반값등록금 실현은 쉽지 않은 상태다.

이런 때에 서울과 강원도, 충북도가 시립 및 도립대학 등록금 인하를 추진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있다.

충북도는 지역 여론과 도의회, 시민사회단체, 도내 대학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을 30% 인하(수험료 50% 인하)하기로 10일 최종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은 299만원에서 88만원이 줄어든 210만원선이 된다. 도는 이에 필요한 예산 8억1000만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등록금 인하 효과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인 확대 여부를 장기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등록금 인하 정책에 대해 많은 도민들이 환영하고 있고, 일부는 반값에 못 미쳐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또 일부는 몇 가지 사유를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 중 하나는 현재 도립대 학생의 40% 정도는 타 지역 출신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의 등록금도 충북도민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 인하를 지역출신에 한정하는 것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 시각을 확대해 충북도립대에 다니는 타 지역 출신도 모두 넓은 의미의 충북 인재로 인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끝으로 도립대학생들의 부담액이 다른 사립대학에 비해 낮은 상태여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은 정치적인 측면이 강한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등록금 300만원을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사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지 부담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도립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은 다른 사립대학 등록금의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 사립대학도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사회적으로 강제해 나가야지, 반대로 사립대 문제로 도립대 등록금 인하를 막아서는 안 된다.

충북도의 전격적인 무상급식 시행에도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지만 점차 정착되고 있다. 이번 등록금 인하도 마찬가지로 잘 안착시키고 더 나아가 점진적으로 낮춰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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