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골프동호회 운영 돈 많은 주부들만 유혹
인터넷 골프동호회 운영 돈 많은 주부들만 유혹
  • 고영진기자
  • 승인 2011.11.10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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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이 기억하는 그때 그 사건
2003년 제천 토막살해 사건

휴대전화 통화목록서 전과 11범 용의자 지목

사업가 사칭 … 명품 선물로 접근후 금품 갈취

"사기행각 경찰 신고" 협박에 범행 … 행방 묘연

"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여성 회원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돈을 뜯어내다 사기행각을 눈치 챈 한 여성 회원이 오히려 폭로한다며 협박하자 살해한 사건인데 아직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죠."

정관헌 경감(49·진천경찰서 외근지도관)은 지난 2003년 벌어진 제천 토막 살해 사건 용의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밤잠을 설친다.

2003년 3월 제천시의 한 배수로 공사장에서 토막난 여자 사체 중 머리부분이 발견된다.

당시 제천경찰서 형사계장이었던 정 경감은 삽을 들고 현장을 파기 시작했다.

이어 몸통과 팔, 다리, 엉덩이부분 등 토막 사체가 연이어 드러났다.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 복원에 들어간 경찰은 4개월 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서 실종된 50대 구모씨인 사실을 밝혀냈다.

정 경감은 실종 전까지 평범한 생활을 해 오던 그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이유가 궁금했다.

피해자 지인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용의자를 찾으려 했지만 끔찍한 살해 이유를 특정해 낼 만한 단서나 이유가 없었다.

이때 용의자 지목을 도와준 건 그녀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통화기록이었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한 뒤 신원을 파악한 정 경감은 그가 범인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제주도와 부산, 대구, 서울, 경기도 등 전국을 무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전과 11범의 신명호(51)였다.

정 경감은 "신씨는 사업가를 사칭하며 돈 많은 주부들을 골프 동호회에 가입시킨 뒤 고가의 명품 선물을 주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유혹해 금품을 갈취했다"고 설명했다.

정 경감에 따르면 인터넷 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며 여성 회원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며 살아왔던 신씨는 피해자 구씨가 사채업으로 큰돈을 번 사실을 알아챈 뒤 접근했다.

그러나 신씨의 사기행각을 눈치 챈 구씨가 "그동안의 사기행각을 동호회와 경찰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자 구씨 살해를 마음먹었다.

신씨는 2002년 12월 16일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공구를 이용해 사채를 토막 냈다.

다음날 신씨는 토막 낸 피해자의 사채를 들고 제천을 찾은 뒤 한 배수로 공사장에 유기했다.

정 경감은 "'살해'와 '토막'이라는 엽기적 범행을 벌인 후의 모습이 더욱 소름끼쳤다"며 "같은 동호회에서 3개월을 더 활동하면서 자신이 살해한 여성의 회원 아이디로 접근해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침착한 모습으로 동호회원들을 속였다"고 말했다.

구씨 살해 뒤 그동안 사기 행각을 벌였던 여성들과의 관계정리를 하는 등 범행을 숨기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했다.

이는 구씨가 아직 살아 있다는 알리바이와 도주 시간을 만들기 위한 연극이었다.

정 경감은 "토막 난 시체가 발견된 뒤에야 신명호가 용의자로 지목됐다"며 "이미 신명호가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해외로 도망친 뒤여서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2007년 16건, 2008년 8건 등 제천에서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았는데 유독 신명호만은 검거되지 않았다"며 "2번의 공개수배 프로그램 출연 후 받은 제보에 따르면 베트남 한식당 인근에서 목격됐다는 얘기가 유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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