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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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돌 <전교조 충북지부 교육국장>
  • 승인 2011.11.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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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노동시장의 안정화와 임금 격차의 해소, 그리하여 사회 양극화가 사라지면 어떨까?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노동시장이 경직될까?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생기는 의문이다. 재화와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차지하려는 욕구는 무한하다. 그러니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고 한 번 차지한 자리는 쉽게 내어주려 아니 한다. 결국, 인간 대 인간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문제가 되곤 한다. 인식 변화 교육이 필요하다. 실업수당이 평균 임금의 7-80%가 되어도 놀려고만 하지는 않는다. 노동의 신성함을, 노동의 건강함을 교육받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더 실의에 빠져 있기도 하고 한 번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안주하려 하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교육의 문제는 고용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고용 불안이 사라지면 입시의 불안도 사라진다. 입시의 불안이 사라지면 교육 현장에서의 파행들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무엇을 왜 배우는가에 대한 보다 정체성 있는 고민과 대안들이 마련되고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큰 꿈의 실현은 이 땅에서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아주 많다.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도 여전히 ‘내 자식 성적향상의 욕구’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해결의 원칙은 노동자가 대접받는 세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 교육 체제 아래서의 변화에 대한 필자의 차선 요구는 입시 개혁이다. 고3 담임을 맡으며 수시 모집 과정을 살펴보니 학교 교육 정상화의 길이 조금이나마 보였기 때문이다. 100% 수시모집! 모든 국·공립대학은 자기소개서와 입증 자료를 제출케 한다. 일부 서울의 유수한 대학에서는 너무 방대한 양과 수준급 자료를 요하지만, 금물이다. 무한정 쓸 기회도 제한해야 한다. 수능은 없애면 좋되, 굳이 활용을 한다면 최저학력기준으로만 활용한다. 대학에서의 반영 교과도 줄여야 한다. 전 과목을 반영해야 할 이유가 없는 전문화 사회다. 물론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국공립에서는 더 많은 과목을 반영할 수도 있겠지만, 인문대학에서 수학을 반영할 이유는 낮다. 법상 계열에서 오히려 한문이 더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공계열이라도 굳이 영어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도 크지 않다. 글로벌 시대나 원서(原書) 언급을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특정 외국어를 본토 말하듯 할 이유는 없다. 물론 수학적 사고나 역사 철학의 기본 바탕을 배제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대학에서 교양필수 과목이 있듯이 중고등학교 필수 교과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이 대학의 이 학과를 지원하는가? 이 학과를 가려고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활동하였는가?’

이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준비가 학교 교육 정상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수업 시간에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남 앞에서 논리적인 토론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비참한 현실에서 면접의 확대가 그나마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 것이다. 연일 밤늦도록 학교의 딱딱한 책상에 앉아 강제 자율학습을 하면 더 불리할 수도 있다. 차라리 도서관을 찾아가 자료를 뒤적인다든지 동아리 활동을 한다든지 봉사활동이나 체험학습의 활동(speck)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과의 상담과 수업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 수시 모집을 확대 발전시키고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전담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새로운 학교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 학교는 그나마 배우고 가르치는 즐거움이 생겨나는 ‘교육’의 장소가 될 것이라 상상을 해 본다. 이런 입시에 맞춘 또 다른 사교육 바람이 불겠지만, 지금보다 나으리라는 상상하에 마음 편하게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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