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가지 덕이 있는 감나무 2
일곱가지 덕이 있는 감나무 2
  • 김홍은 <산림학 박사>
  • 승인 2011.10.3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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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은의 나무이야기
인간에게는 오륜(五倫)이 있듯이, 감나무는 오상(五常)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문무충효절(文武忠孝節)이라 한다. 즉, 잎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다 하여 이를 문(文)이라고 하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을 만들어 쓰는 무(武)를 지니고 있고, 과일의 속과 겉이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붉어 있어 표리부동하지 않아 충(忠)이 있다. 또한 홍시는 이가 없는 노인도 먹을 수 있는 효(孝)가 있고,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오래 매달려 있어 절(節)이 있다 하였다.

초여름이면 마당가에 노랗게 떨어진 감꽃을 주워 실에 꿰어 꽃목걸이를 만들던 어린 시절은 감나무가 만들어 준 추억거리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채 익기도 전에 떨어진 감을 주워다 물속에 넣어 떫은맛을 삭혀서 먹던 재미스러운 초등학교 때의 여름방학은 감나무가 안겨다 준 그리운 삶의 언저리이기도 하다.

또한, 감나무는 오색(五色)을 담고 있다고도 하였으니, 나무의 심재(心材)가 검어 흑(黑)이요, 잎은 푸르러 청(靑)이요, 꽃은 노란빛으로 피어 황(黃)이며, 열매는 붉게 익어 적(赤)인데, 곶감은 흰 가루가 나와 백(白)이니 이를 보고 어찌 오색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칠덕, 오상, 오색을 지닌 나무로 크건 작건 누가 감나무를 보고 감히 탓할 수 있으랴.

가을이면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발그레한 감을 딸 때 가을도 함께 따서 그릇에 담는 듯 마냥 즐겁기만 하던 지나간 가을날이 그립다.

저녁이면 밤이 이슥하도록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 껍질을 깎아 내어 초가 지붕 위에다 널어놓기도 하고 싸리꼬치에 꿰어 처마 밑에 매달아 놓던 가을의 정경은 잊을 수가 없다.

요즈음은 감떡을 먹어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어릴 적에 먹던 달콤한 감떡 맛이며, 명절이나 큰일이 돌아오면 수정과에 곶감이 되기 전의 말랑말랑한 감을 넣은 것을 먹을 때, 그 맛은 혀끝이 살살 녹는다. 시골에서는 가을에 감을 따다가 항아리에다 넣어 광에다 두면 저절로 홍시가 된다. 겨울에 귀한 손님이 오게 되면 그제서 감을 꺼내다 먹었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월악산의 어느 화전민 집에서 한겨울에 홍시 대접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다래끼에다 짚을 깔고 감을 한 켜씩 놓고, 감을 가득 담은 다래끼를 감나무 위에 올려놓으면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홍시가 된다. 긴긴 겨울밤에 꽁꽁 언 감을 꺼내다가 커다란 그릇에 냉수를 떠다가 붓고 언 감을 물속에 담가 놓아두고 한 시간쯤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얼음이 홍시를 동그랗게 싸안고 있다. 냉은 냉으로 때운다는 옛말이 있더니 참으로 신기하다. 홍시를 감싸고 있는 얼음을 젓가락으로 살살 두들겨 깨면 얼음 속에서 홍시가 쏙 나온다. 이때의 홍시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는 맛도 맛이려니와 또한 얼마나 운치있는 겨울밤이었던가.

예전에는 땡감으로 옷에다 풋감물을 들여 입기도 하였다. 감물을 들이면 빗물이 옷에 묻지도, 잘 새지도, 썩지도 않는다 하여 일부러 물을 들여 입었는데, 특히 제주도의 바닷가 사람들은 갈옷이라 하여 많이 입었단다.

이처럼 감은 익으면 익은 대로 먹고, 떫으면 떫은 대로 이용을 해 왔다.

감은 민간요약으로도 쓰였다. 술에 취한 사람은 감나무 밑에다 잠만 재워도 술이 깨게 된다고 한다. �:憫珦� 멈추지 않을 땐 감꼭지를 삶아 먹으면 쉽게 멈추어지고, 고혈압 또는 각기병에는 생감이나 감잎 즙이 좋고, 감잎차도 효과가 있다니, 요즘 세상에 감나무 같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살아간다면 얼마나 기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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