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더욱 성숙해져야
기무사 더욱 성숙해져야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1.10.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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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무사 요원이 대학교수 e-메일을 해킹했다가 구속됐다. 관련사실이 확산되면서 민간인 사찰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요원들의 개인적 단순범행'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액면 그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닌 듯싶다.

기무사는 군(軍)이 국방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군 정보수사기관이다.

'군 관련첩보수집처리, 방산·군사보안지원, 군사간첩 색출' 등을 통해 전력증강과 군 안정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여 적법한 사찰은 이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찰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은 직무범위를 넘어선 불필요 인원 및 단체에 대한 사찰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합법으로 포장된 사적 목적의 사찰도 마찬가지다. 결과 관리 및 활용의 투명성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과 원칙을 벗어난 사찰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사생활 및 재산권을 불법 침해하는 행위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창설 이후 동일·유사 사찰이 문제가 돼 수차 존폐 위기까지 간 적이 있는 등 곤혹을 치른 전력이 있다.

직무의 특수성 및 권력자의 잘못된 조직운영으로 방첩부대, 보안사령부, 기무사령부 등으로 이름까지 바꿔달며 기능을 축소당해야만 했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여 '어항 속의 금붕어'가 된 지 오래됐고, 매사 신중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또 불법사찰을 자행해 문제를 키웠다. 안타까운 일이다. 소수의 단순한 불법행위까지도 조직 전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재삼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며 더욱 성숙해져야만 한다. 땜질 방식 처방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직무관련 법규를 재검토하여 직무수행의 적법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유관기관과의 유사중복업무 통·폐합 및 불필요업무 정비 등으로 조직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직무수행 역량도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

그리고 시대상황에 맞는 활동기법 마련 및 장비 확충 등으로 비노출 활동을 체질화해야 한다.

구성원의 복무자세도 되짚어 봐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 헌신, 봉사 등 핵심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조직의 핵심가치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의 잣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표어나 장식품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지표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권력, 즉 국가기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하여 국가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 북한 찬양 글에 동조하는 장병 확산 등 군 안보의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보수사기관의 직무와 직결되는 문제다. 기무사 등 관계 기관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채찍질과 함께 근무여건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 기무요원 해킹 사건은 전말을 명쾌하게 밝혀내고, 관련자를 적의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을 확대·왜곡, 정치적으로 악용한다거나 여론 무마용으로 억울한 희생양을 만드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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