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폭 줄이고 가로수는 '싹둑'
인도 폭 줄이고 가로수는 '싹둑'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1.10.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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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국가지원지방도 82호선 확장 논란
700m 구간 3m→ 2m로 … 통행 불편

벗나무 120그루 잘라 … "예산낭비" 지적

음성군 금왕읍에서 대소로 나가는 국가지원지방도 82호선. 편도 4차로로 가던 도로가 금왕산업단지 앞에서 갑자기 6차로로 넓혀져 있다. 금왕산업단지를 벗어나면 도로는 다시 4차로로 좁아진다.

그런데 도로는 넓어진 대신 이 구간 약 700m의 인도 폭은 다른 곳에 비해 크게 줄어 있다. 도로변에 심어 놓은 벗나무 가로수 120여 그루도 흔적없이 밑둥이 잘려나갔다. 잘려나간 가로수는 지름 20cm 안팎으로 그 자리는 보도블럭으로 메우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금왕산업단지 입주 기업체의 진·출입 편의를 위해 충북도와 음성군이 도로를 넓히면서 인도를 줄이고 가로수를 모두 베어버린 것이다.

충북도와 음성군은 금왕산업단지에 A와 B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가감속 차로를 만들어 주기로 했으나 도로를 넓힐 방법이 없자 3m이던 인도를 2m로 줄여 도로를 확장했다.

이 때문에 좁은 인도에 가로수와 가로등, 교통표지판 지주대, 전봇대, 교통신호 제어함 등이 가로 놓여 주민들은 이들 시설물을 피해 다녀야 통행이 가능할 형편이 됐다.

더욱이 기존에 심어 놓은 가로수가 주민의 통행에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되자 멀쩡한 가로수를 뽑아내거나 모두 잘라버렸다.

이렇게 도로 폭을 넓히는 데 충북도와 음성군, A와 B업체가 각각 3억원씩 모두 12억원을 들였다.

기업체 유치를 명분으로 주민의 통행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주민이 낸 세금 6억원이 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주민은 "업체가 들어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건 이해한다"면서 "그렇다고 주민의 통행까지 위협하며 인도를 줄인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음성군 관계자는 "충북도에서 실시계획 변경에 따른 공사 지시가 내려와 작업 관리만 하고 있다"며 "뽑혀진 나무 중에는 나무 모양이 안 좋아서 정리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인도 폭이 좁아지고 그 때문에 가로수가 뽑혀나가는 것도 알고 있다"며 "기업 유치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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