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최후와 우리의 교훈
독재자의 최후와 우리의 교훈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10.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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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리비아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는 역대 어느 독재자보다 비참했다.

42년 세계 최장기 독재자의 마지막 절규는 쏘지마! 쏘지마!였다.

자신의 고향 시르테에서 콘크리트 하수관에 숨어 목숨을 구걸하던 모습은 철권통치자의 위엄과는 거리가 멀었다. 왕중왕을 자처했던 카다피는 이렇게 철권통치와 공포정치를 마감했다.

카다피는 1969년 27살에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뒤 빨리 하야해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다 참혹한 말로를 자초했다. 카다피가 사살됨에 따라 리비아의 민주화를 가로막던 최대 걸림돌은 제거됐다.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은 이후 독재자들은 처형, 망명, 투옥 등 비극으로 종말을 맞았다. 20세기 들어 나치독재자 히틀러는 자살, 무솔리니는 총살로 생을 마감했고, 루마니아 차우세스쿠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에 타도돼 역시 총살을 당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과의 전쟁에 패한 뒤 붙잡혀 교수형을 당했고, 파나마의 노리에가, 칠레의 피노체트,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는 재판과 투옥으로 점철된 말로를 겪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바람은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리고 리비아의 카다피에 최후 일격을 가함으로써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제 남은 독재자는 시리아의 아사드, 예멘의 살레를 꼽고 있다. 두 정권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는 반정부 투쟁을 무력으로 짓누르며 버티고 있지만 예멘 정권은 반쯤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이제 국민을 짓밟는 독재는 영속할 수 없다는 건 근·현대사의 당연한 인과응보로 굳어져 가고 있다.

중동의 민주화 다음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귀결된다.

인민의 굶주림을 도외시하며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이라는 기치 아래 권력세습에만 매진하는 북한은 이제 또 한 번 선택의 기로를 맞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무장과 선군(先軍)정치로 쇄국의 담장을 계속 높여갈 것인지, 문을 열고 개방에 나설 것인지 진로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조만간 열릴 북-미 회담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물론 3대 세습으로 절대권력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의 이번 민주화에서 보듯,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점에서 우리도 10년 뒤인지 20년 뒤인지 아니면 당장 내일이 될지 모르지만, 북한의 붕괴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이번 카다피 죽음이 던져주는 교훈 중 하나다.

여기에 이번 리비아 사태가 종결되면서 우리가 찾아야 할 실익도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한다.

과도 국가위원회의 활동이 탄력을 받아 민주화 일정이 앞당겨지면 다행이지만, 권력의 구심점 없이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전락한다면 그동안 기다리면서 쌓아 놓은 공든 탑은 무너지게 된다.

당장 우리 지역 최대건설사인 원건설만 해도 현지 공사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가 앞으로 확보해 놓은 물량도 상당하다. 다시 혼란국면으로 빠져든다면 미치는 여파가 크다. 우리로선 리비아와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질서 재편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땀과 열정을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이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카다피의 죽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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