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이 말한다“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우암산이 말한다“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10.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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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청주시가 47억원을 들여 우암산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하자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으레 나타나는 개발에 대한 원초적(?) 알레르기가 아니라 그 효용성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도심에 바로 인접한 우암산은 청주시민들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다.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이자, 우암산 그 자체는 그야말로 청주시의 허파나 다름없다. 청주시는 기존 우암산 순환도로를 트레킹 코스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둘레길 조성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는 둘레길의 취지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접근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친환경적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서로 간에 합일치적 관념을 배가시키는 것으로,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의 성공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제주와 지리산의 요소요소를 접하며 아름다운 풍광이 안기는 즐거움과 함께 건강, 삶의 의미까지도 챙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암산은 어떤가. 이번 둘레길 사업계획도 당연히 시민들로 하여금 좀 더 우암산과 가깝게 하라는 취지에서 입안됐을 것이다. 순환도로와 산림지역을 묶어 잘 닦여진 트레킹 코스를 개설하면 그 자체가 명소로 각인될 소지는 충분하다. 그러잖아도 우암산을 찾는 많은 시민들은 이곳에서 편하게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과 주차장에 늘 목말라 한다.

하지만 우암산은 접근성이나 그 활용성에서 이미 꼭지점에 와 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편의를 위한 각종 개발행위도 이미 포화상태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넘쳐나서 되레 흠일 뿐이지 다른 문제점은 없다.

둘레길 계획엔 순환도로 교체뿐만 아니라 등산로를 새롭게 내는 것도 들어 있는데 이미 우암산엔 서너 개의 주요 등산로 외에도 수십여 개의 산행길이 산재해 있다. 시내권에 위치한 만큼 사방곳곳에 인근 지역과 연계된 등산로와 산책로가 널려 있는 것이다. 개발 행위 또한 산 정상에 우뚝 솟은 방송사 송수신탑들이 상징하듯 이젠 더 이상 곤란하다는 게 많은 시민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히 청주시가 시민 삶의 질을 고민한다면 크든 작든, 우암산에 대한 개발 행위가 아니라 그대로의 보존책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암산 전체를 순환한다 하더라도 차로 고작 20여 분도 채 안 되는, 어찌 보면 청주시의 손바닥만한 정원꼴인 이곳에 자꾸 인위적인 변화를 준다는 발상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 기존에 설치된 곳곳의 등산용 계단과 체육시설만으로도 이미 우암산은 신음하고도 남는다.

우암산 둘레길 논란은 언뜻 지난 여름의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우면산 역시 강남이라는 대한민국 대표적 도심에 위치함으로써 그동안 사람들의 이기심에 휘둘리며 숱한 개발행위에 시달렸고, 결국 그 끝은 아까운 인명 16명의 희생으로 귀결됐다.

더구나 우면산 높이는 293m로 우암산(338m)보다도 훨씬 낮다. 늘 옆에 있는 산이라고 하여 그곳에 포클레인이나 삽을 쉽게 들이대서는 안 되는 까닭이 이런 데도 있는 것이다. 우암산의 바로 턱밑을 감싸도는 순환도로만 하더라도 그동안 이런 저런 명목으로 파헤쳐지고 메워지는 과정을 숱하게 반복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마치 누운 소가 잠자는 모습이라는 서울 우면산이 사람들의 집적거림에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 산사태로 화를 냈듯, 누운 소의 형상이라는 우암산 역시 이러지나 않을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우암산의 지금 속내(?)를 유추해 본다면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영화 ‘친구’ 장동건의 심정 말이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우암산 둘레길은 애초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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