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아들 꽃미남 행세 사춘기 소녀 인생 유린
재벌 아들 꽃미남 행세 사춘기 소녀 인생 유린
  • 배훈식기자
  • 승인 2011.10.1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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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이 기억하는 그때 그 사건
신지욱 <진천경찰서 수사과장>

"주술 외워 사람 죽였다" 세뇌후 부모 협박

3년간 거액 갈취 … 日성매매업소에 팔기도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던 사건이었다." 신지욱 진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 2007년 2월 검거된 레즈비언 사기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던 신 과장은 "여성 동성애자들이 재벌가 꽃미남 행세를 하며 10대 여학생들의 환심을 사고 부모로부터 수십억원을 뜯어냈다"고 말했다.

순진한 10대 여학생의 심리를 이용해 수십억원을 가로챈 동성애자 박모씨(당시 33세·여)와 홍모씨(당시 23세·여) 등 5명은 지난 2003년 중학생이던 A양을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됐다.

박씨는 채팅으로 A양에게 자신을 대기업 사장의 외아들로 부산에 살며 고교 1학년 '강태민'이라고 속였다.

채팅을 통해 A양과 친분을 쌓은 박씨는 완벽에 가까운 남자 목소리로 매일 전화를 걸어 환심을 샀다.

신 과장은 "채팅과 전화로 A양과 가까워진 박씨는 동성애인인 홍씨를 내세워 A양과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곱상한 외모의 홍씨를 내세워 10대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남자 아이돌 스타 같은 차림새로 A양을 만났다.

멋진 외모에 돈 많은 부잣집 외아들이라는 배경은 10대 여학생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을 십분 이용했다.

특히 A양의 학교로 꽃다발을 보내는가 하면 재벌가 외아들에 걸맞게 호화 귀금속 등 선물공세를 펼쳐 사춘기 소녀의 환심을 샀다. 또 A양을 만날 때는 고급 승용차를 이용해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는가 하면 대담하게 친구들 앞에서도 남자친구 행세를 했다.

신 과장은 "10대 여학생들이 즐겨보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남자가 접근했으니 거부할 만한 여학생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A양의 환심을 산 박씨 일당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가출까지 하게 만들었다. A양을 부산으로 데려간 이들은 나이 어린 여학생을 세뇌시키기 시작했다.

박씨 등은 A양에게 빙의를 설명하고 홍씨와 또 다른 공범 박모씨(당시 24세·여)의 몸이 뒤바뀌었다고 속였다.

또 전라도의 한 사찰로 A양을 데려가 "누군가 네 부모를 죽이려고 한다. 네가 주술을 외워 그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집요하게 세뇌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남자와 여자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예언을 하는 척 연기를 하는 등 공포심을 조장해 A양에게 "주술을 외워 부모를 죽이려는 사람을 먼저 죽여야 한다"고 속였다.

결국, 이들의 세뇌에 완전히 넘어간 A양은 자신이 주술로 다른 사람을 죽였다고 믿게 돼 이들과 함께 있어야 벌을 받지도 않고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신 과장은 "A양을 어찌나 세뇌를 시켰던 건지 박씨 일당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박씨 일당은 A양이 자신들을 완전히 믿고 의지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3년 9월 A양을 시켜 부모에게 "사람을 죽여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수습 대가로 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후에도 "일이 잘못되면 딸이 북송선을 타야 된다"며 600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사건 처리와 신변보호 명목으로 A양의 부모에게서 수억 원을 뜯어냈다.

이들이 약 3년간 A양을 데리고 다니며 부모에게서 받아챙긴 돈은 6억4000여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사기행각에 자신감이 붙은 박씨 일당은 또 다른 10대 여학생에게도 접근해 같은 수법으로 돈을 받아챙겼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이 두 명의 부모로부터 뜯어낸 돈은 총 12억8000여만원. 이들은 이렇게 받아낸 돈으로 일본을 오가며 호화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신 과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A양이 의심을 시작하자 일본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씨 일당은 A양이 자신들의 동성애 행각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자 일본 오사카 지역의 성매매업소에 팔아넘겨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속았다는 것을 안 A양이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감금과 무지막지한 폭행도 이어졌다.

결국, A양이 일본 성매매 업소에서 탈출에 성공해 부모에게 연락한 끝에 이들의 엽기적인 사기행각도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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