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50대여 분노하라!
이 가을에, 50대여 분노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10.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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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자살률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충남도가 이번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려졌다. 국회의원의 질타에 각종 예방책이 제시됐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자살의 원인규명과 그 예방책 마련은 우리 인간이 풀어야 할, 그야말로 난제 중에 난제다. 그동안 숱한 전문가와 학자들이 이 문제에 천착했어도 똑떨어지는 답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과거 베르테르 효과이든, 현재의 동반자살이든 죽으려는 사람들에겐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그런데도 이를 일관된 방정식으로 엮어내는 데엔 아직 인간의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살률 조사에서 충남의 사례 못지않게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 하나 더 있다. 이른바 50대의 주축을 이루는 베이비 부머들의 자살률이다. 58년 개띠(53세)와 57년 닭띠(54세)를 중심으로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살률이 다른 세대보다 2~3배나 높고 2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자살의 시대적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사회학적으로 분명 사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50대의 자살자 중에서도 가장들의 비중이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지금 ‘50대 남(男)’들은 이래저래 심산하기만 하다.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의 나이에 향후 인생을 즐기려는 마음의 준비는커녕 극단적인 죽음을 택한다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낀세대’로 상징되는 50대, 베이비부머들의 애환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막상 이러한 구체적 수치 앞에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50대들의 박탈감은 실로 크다. 전통적 가치를 터득하며 자란 탓에 부모 봉양에 대한 책임감은 어느 세대보다도 각별하지만 정작 본인은 첨단세대인 자식들과의 괴리감 때문에 일찌감치 이런 기대감을 포기하고 산다.

8,90년대 한국 산업화의 주력계층으로 현재의 잘사는 나라를 일궈냈건만, 97년 IMF 사태 이후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경제위기마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업장이 도산하면서 수시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도 바로 이들 50대다.

위로는 부모에게 눌리고 아래로는 자식들에게도 치이는, 그리하여 스스로의 삶을 누릴 권리보다는 가족과 주변부터 먼저 챙겨야 하는 의무감만 커지는, 어찌보면 서럽고 서글픈 세대가 50대 아닌가.

그러다가 언뜻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으로 ‘이젠 잘해 줘야지’를 되뇌이지만 오히려 가족과의 대화는 점점 소원해지고, 남들처럼 무슨 세계여행이나 전원생활을 꿈꾸며 후반기 인생을 준비하려 해도 현실은 이를 용납치 않는다.

그러나 50대여, 좌절하지 말라. 단편 소설도 안 될 고작 34쪽의 원고로 ‘분노하라!’를 출간해 불과 7개월 만에 200만 부를 돌파하며 프랑스의 잠자던 지성을 일깨운 스테판 에셀은 94세라는 나이로 지금 전 세계인들에게 신념의 아이콘, 히어로가 되어 있다. 그는 체념과 무관심, 그리고 자학은 인간에 있어 최악의 태도라며 세계인들에게 분노하고 항거할 것을 소리친다.

그렇다! 무려 스무 번이나 계절이 바뀌는 감옥생활에서, 여름의 옆사람은 그저 36.5도의 고깃덩어리로만 느낄 정도로 인간과 삶의 본질 자체를 저주했던 신영복 교수도 끝내 깨닫기를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라고 했다.

그렇다면 50대들이여, 다시 떨쳐 일어나야지 않겠는가. 자꾸 얇아지는 지갑에, 자고 나면 밀려나는 직장에서의 입지에, 그리고 출근길 엘리베이터 벽 속으로 비쳐지는 어느덧 늙어가는 모습에 맘 졸이고 살 게 아니라, 이 나라 민주화를 이끌고 산업화를 견인한 그 주역들답게 다시 분노하고 저항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힘든 삶만이 있는 게 아니라 그 고된 삶 속엔, 오히려 희망은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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