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사물놀이 '의미있는 부조화'
도자기·사물놀이 '의미있는 부조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0.05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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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작품을 만나다
김영섭 작가

'케이블도자기 그리고 소리' 작품 출품

고정된 인식 → 가치 전이 가능성 시사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유용지물'이란 주제로 오는 30일까지 일정으로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신진작가들의 톡톡 튀는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끄집어내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공예비엔날레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4명의 작가와 작품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비엔날레 3층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다양한 모양의 도자기들이 선으로 연결돼 음악이 흐르는 앰프와 만나게 된다.

'케이블도자기 그리고 소리'란 제목으로 출품한 김영섭씨 작품이다. 이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자기 용기와 한국의 전통음악인 사물놀이가 청각의 소리로 어우러져 현대공예의 모습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김영섭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사물을 달리보는 시선을 제시한다. 생활용품으로 사용되었던 각종 도자기용기들은 본질적 기능에서 벗어나 관조의 대상으로 박물관에 놓여있음에 주목한다.

채집한 사물놀이 소리 역시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들었던 농악이 아니라 특별한 무대에서만 연주되는, 혹은 서양음악에 묻혀 사라지는 소리임을 작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생활에서 사용하고 듣던 도자기와 소리를 조합해 의미와 가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김 작가의 작품이다.

김 작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제공되는 관습이나 제도, 정보는 우리에게 편안함이나 익숙함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의적 혹은 타의적인 어떤 강요가 스며 있다. 이것은 관념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가시화된 이미지로 일상을 지배한다"며 "나의 작업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관습이나 제도 정보가 우리의 인식이나 정서에 어떠한 형태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제시된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요소를 동일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일치를 유도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도 사물을 인식하게 됨과 사물을 달리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면서 "어떤 것의 의미나 가치가 하나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와 가치로 전이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우리가 얼마나 하나의 고정된 인식이나 보편적 관념 속에 있는지를 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피커 선으로 꼬아 만든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모아 5채널 서라운드로 재구성한 음향이 울린다. 때로는 채널별로 시간을 두고 각자 울리며, 때로는 모든 채널에서 동시에 중첩되어 울린다. 이 다양한 음원들은 밥통, 커피포트,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청소기, 주방용품 등으로 도자기의 기능을 대신해 현 시대에 사용하고 있는 일상 생활용품들로부터 녹음한 것이다.

최안나 영은 미술관 큐레이터는 "도자기는 이전시대의 일상적 생활용품이었지만 박물관에서 관조의 대상으로 전환된 사물이고, 소리는 일상의 영역에서 고급예술의 영역으로 전환된 것을 '케이블도자기 그리고 소리'란 작업으로 사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환과 사물을 달리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라고 평했다.

◆ 김영섭 작가는


충남 당진 출생.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독일 자아브뤽켄 국립조형예술대학교 Meisterschueler-Christina Kubisch. 1999년 첫 개인전(-화-장-수-술-, 관훈 갤러리, 서울)을 시작으로 2009 inter-view 꿈을 묶다(갤러리 정미소, 서울)로 7번째 개인전 가짐. 현재 경기도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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