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건도,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거늘
어떤 조건도,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거늘
  • 정찬연 <증평장애인복지관 관장>
  • 승인 2011.10.0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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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
영화 ‘도가니’가 최근 사회의 큰 이슈다.

개인적으로 장애인과 함께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아픈 것들이 더 스며들까 두려움에 순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외면을 한다고 해서 장애인복지관에 몸을 담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외면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리라 생각되어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침을 제대로 삼킬 수도 없었다. 커다란 바윗돌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하였다. 단지 상황이 암담하고 그것이 현실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도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갈 당당한 권리가 있고, 인격이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 어쩜 그렇게도 세상이 무심하고 무서울까 하는 생각들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에게 밝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는 2007년 199건에서 2008년 228건, 2009년 293건, 2010년 320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지난 한 해 발생 건수보다 많은 385건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여성장애인 105만 명 중 성범죄에 취약한 시각·지적·청각·정신·자폐장애인은 27만3,0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는 전체의 26%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성장애인의 26%가 성폭력 범죄에 피해를 당해도 법적인 대응을 못하는 ‘침묵하는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사례로 가족 구성원 중 부모가 장애가 있고, 자녀가 장애가 있는 장애가족의 경우에 장애 자녀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여도 어떤 문제가 생겼고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말하는 것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어려움을 호소한다 해도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살아가기란 아직까지는 벅찬 게 사실이다.

결국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을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 어떤 조건을 달지도, 어떤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그저 행복해 하는, 행복지수가 높은 장애인이 살 만한 우리 고장, 우리 충청북도,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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