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은 정치권에 대한 경고
추석민심은 정치권에 대한 경고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1.09.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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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힘들고 지친 일상을 잠시 잊고, 한가위만큼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 추석은 높은 물가 등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석민심, 지금의 절망적 상황은 도대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극단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갈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했다.

오죽하면 추석 전에 있었던 추석맞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까지도 국민들이 기성정당, 청와대, 정부에 대해 극도의 정치적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여·야의 모든 정치권은 추석민심을 탐방한 이후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면서 정국운영에 대한 자기반성을 할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두고 정기국회에서 극단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서로 자신들의 정책이 대국민적인 설득력에 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

정치권은 아마도 정쟁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광풍으로 몰아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사항도 저버릴 것이 확실하다. 안철수 교수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기성 정치권의 구태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형성된 것이다. 적어도 안철수 교수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진보와 보수라는 편 가르기식 정치 모두를 거부하면서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정치를 버리고 변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말하자면, 안철수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변화에 대한 열망에 전문가적 성공스토리와 참신함 등이 어우러진 현상이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해결할 문제들이 너무나 산적해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글로벌 위기에서 한국도 자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추석에 정치권이 만난 민심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사회 전반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추석민심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고쳐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쟁만을 일삼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환멸감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국민들은 과거 국가적인 중대사를 앞두고 정치권이 정쟁의 소용돌이를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싶을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이전투구식의 정쟁으로 국민적인 비판을 받았던 정치권이 정쟁을 중단하여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하여 한국이 종합 4위를 달성한 사실에 주목한다. 국민들은 한국이 처해 있는 지금의 다양한 위기도 그때처럼 정치권이 합심하여 슬기롭게 극복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추석민심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은 정책이 아무리 국민을 위한 것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것일지라도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일 경우에는 그 정책의 진정성 등이 의심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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