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속아 소주에 제초제 섞어
허위정보 속아 소주에 제초제 섞어
  • 고영진기자
  • 승인 2011.09.0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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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이 기억하는 그때 그 사건
2005년 軍기피 목적 아버지 살해사건

"부친 사망땐 독자가 가족부양" 인터넷서 검색

입영 하루전 범행 … "부친 없어도 군대 갔어야"

크리스마스인 2005년 12월 25일, 제천경찰서는 군 입대를 기피하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한 전모씨(당시 22세)를 구속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한 전씨는 변변한 직업 없이 전국을 떠돌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집으로 입영통지서가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부랴부랴 집을 찾았다.

학생신분이 아닌 관계로 군 입대 연기가 불가능했던 전씨는 군 면제 방법을 찾게 된다.

군대에 가지 않을 방법이 전혀 없던 터라 인터넷 카페와 지인 등을 통해 면제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나 뜻밖의 방법을 알게 된 뒤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없어지면 자신이 독자이기 때문에 부양할 가족이 생기는 관계로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제천에 내려온 뒤 줄곧 군 면제 방법에 신경을 쓰다가 아버지가 없으면 자신이 가장 노릇을 하게 돼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허위 정보를 듣게 된다”며 “그 뒤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점을 노려 냉장고에 있던 소주병에 제초제를 섞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입영 하루 전인 12일 오전 소주병에 제초제를 섞어 아버지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고는 내일 입영을 위해 미리 집을 나서겠다며 가족들과 작별했다.

결국 전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타 논 제초제가 섞인 소주를 마셨고 같은 날 오후 5시쯤 중학생인 전씨의 여동생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버지는 위세척 등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장기 일부가 녹아내리는 등 가망이 없었다.

다시 집으로 옮겨진 아버지는 숨이 끊어지기 전 “아들이 소주에 농약을 탔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남겼지만 자살기도 경력이 있던 아버지의 말을 누구도 믿지 않았다.

아들이 입영 길에 올라 연락이 되지 않았던 어머니는 입영 당일인 다음날 아들 전씨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입소를 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 귀가 조치됐다”는 내용이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을 전씨에게 알렸다.

그러나 상이 끝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범인이라고 확신한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전씨의 소재파악에 나섰고 신고 다음날인 14일 강원도 동해시의 한 PC방에 여자 친구와 함께 있던 전씨를 검거했다.

경찰에서 전씨는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버지가 죽으면 가족 부양 의무 때문에 군 면제가 되는 것을 알고 제초제를 탔다”며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종결 뒤 병무청에 알아보니 아버지가 없어도 전씨는 군대에 갔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씨가 2개월간 계획을 세우는 등 범행이 매우 치밀했다”며 “만일 전씨 아버지가 제초제 섭취 뒤 바로 죽었다면 단순자살 사건으로 기록될 뻔했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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