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정책 과연 지방은 있는가
정부의 대학정책 과연 지방은 있는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8.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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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의 주장
정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 선정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지방대학은 아예 고사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나돈다.

지난해 9월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목표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을 선정했던 정부는 최근 전국의 하위 15%를 기준으로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결정, 개별 통보함으로써 해당 학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록 비공개로 조치됐지만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면서 15%에 속한 대학들은 자칫 폐교위기에까지 몰릴 조짐이다. 특히 해당 대학들은 부실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엔 공감하면서도 이번 조치를 낳게 한 심사기준에 대해선 하나같이 그 부당성을 호소하는 바람에 심도 있는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학자금대출제한에 이어 재정지원제한까지 적용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국민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지원이 부실대학의 연명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심사하면서 지방대학엔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이 엿보이는 싹수있는 대학마저 숨통을 죄는 꼴이 됐다.

우선 재학생 충원율을 전체 평가지수의 절반에 가까운 40%로 책정, 형평성을 잃었다. 굳이 국가의 총체적 수도권집중 현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방대학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대학에 비해 학생모집에 있어 늘 상대적 박탈감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쉽게 개선될 사항이 아니다.

전체 평가에 있어 학생 충원율을 40%로 한다면 다른 모든 평가지표에선 꼴찌를 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만 많이 몰리면 '문제없음'이 돼 지방대학으로선 처음부터 불공정 경쟁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지표가 학생 충원율의 비중을 25%로 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리 적용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결국 대학의 상태를 심사함에 있어 수도권과 지방 구분없이 일괄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바람에 학자금대출제한에선 지방대학이 무려 90%를 차지했고, 이번 정부 재정지원제한에 선정된 대학의 총모집 정원에서도 지방대학이 76%나 차지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의 조치는 지방대학이 막상 그 지방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 다시 말해 대학과 지방의 상호 역학관계를 너무 간과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많다. 지방대학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학협력, 더 나아가 학생들의 취업에서 결정적인 존재의미를 찾는 데 반해 이번 조치는 이러한 것들이 과소평가된 결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결정하면서 취업률의 심사비중을 4년제, 전문대 할 것 없이 일괄 20%로 한 것이나 산학협력수익률을 전문대에 한해 고작 2.5%만 책정함으로써 지방대의 경우 상대평가에 있어 별다른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학생 수와 학교 자금 사정 등 소위 물리적 외형으로 나타나는 절대평가에선 다소 뒤질지 몰라도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더 나아가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했던 지방대학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게 됨은 물론 아예 문을 닫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충북 소재 모 대학 같은 경우는 한때 학생 충원율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재단과 전 교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난해 충원율을 80~90%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학생취업에서도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가능성을 엿보였지만 이번 하위 15%에 포함되는 바람에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다.

이런 대학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제한이 적용될 경우 그동안 지역사회와 연계해 추진됐던 각종 정책사업이 중단되는가 하면, 사학연금 등 모든 금융지원마저 경색돼 대학으로선 당연히 존폐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부실대학 정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과 교직원, 더 나아가 국가에까지 해를 끼치는 부도덕한 사학을 퇴출시키고, 또 대학을 대물림하거나 평생직업쯤으로 여기면서 각종 비위를 일삼는 재단을 발본색원하는 것인데도 엉뚱하게 건전한 대학까지 불똥을 맞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교과부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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