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에서 지역사회가 깨우친 것
리비아 사태에서 지역사회가 깨우친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8.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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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카다피의 최후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던 리비아 진출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 나라가 내전에 휩싸이면서 졸지에 예기치 못한 난관에 처한 이들 기업들의 사연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충북에선 단연 지역을 대표하는 '원 건설'이 늘 관심의 중심에 놓여졌다. 원 건설은 리비아의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하면서 올해 국내 100위권 건설사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꿈을 한껏 키워가던 차에 바로 그 리비아 때문에 큰 위기를 맞는다.

리비아 정부로부터 보장된 천문학적인 선급금을 못 받은 데다 공사중단과 함께 전 직원 철수라는 상황까지 맞아 갑자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리비아 내전의 '끝'이 가시화되면서 원 건설의 원상회복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원 건설 사례에선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이 있다.

잘나가던 기업이 갑자기 어려움에 처하면 시중의 반응은 대개 부정적이다.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보상심리 혹은 그동안의 부러움에 대한 자기위안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이유를 붙이지 않더라도 이는 범인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하지만 원 건설의 경우는 달랐다. 행정 금융기관 등 사회 각계가 우려를 같이 나눴고 특히 지역현안에 늘 비판적인 언론들도 원 건설에만큼은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를 보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시쳇말로 무슨 '앙아리 보살이니', '깨소금이니' 하는 냉소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원 건설이 다시 예전의 기력을 회복한다면 지역사회의 이런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지역에서 기업깨나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어느 기업이 잘나가기라도 하면 지역사회가 도와주지 못할 망정 끌어내린다거나 아예 뜯어먹으려(?) 해 소위 버티기가 힘들다는 식의 속설이다.

지역의 성공한 기업들에게 주변으로부터 어떤 요구와 압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런 얘기들이 마치 정설처럼 나돌면서 실제로 충북을 대표했던 몇몇 기업가들은 서울 등 외지로 본사와 사업장을 옮겨 파문을 던졌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지역사회의 등쌀에 못 배긴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지역에서 부를 일군 후 예의 '못살겠다'를 읊조리며 외지로 떠난 기업인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보다도 지역의 혜택을 많이 본 이들이다. 굳이 특혜라고는 하지 않더라도 각종 정책, 전략적 사업을 많이 수주하고 수행했다. 그들이 성공하기까지는 알게 모르게 지역사회의 이러한 도움이 배경에 깔린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 혼자 해냈다고 착각한다.

그들이 지역사회에 불편함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은 분명하다. 꼭 사회환원은 아니더라도 성공한 만큼의 사회적 역할이 요구될 때 이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면서 지역사회와의 괴리감을 쌓아가는 것이다. 가지고 챙길 줄만 알지 배려하고 보은하는 데엔 지나칠 정도로 인색했다.

이런 유(類)의 기업인들은 지금도 쉽게 목격된다. 누구보다도 지역의 혜택을 받으며 성공했고 또 각종 경제관련 단체의 책임자까지 독식하며 위상을 다진 그들이지만 이제 와선 되레 지역사회를 폄훼하며 불편해 한다. 때문에 이들이 종종 시설이나 무슨 단체에 기부를 했다는 소식에도 진정성을 못 느낀다. 이것이 원 건설과 다르다면 다른 점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원 건설이 어려움을 겪는 요즘, 역시 한때 지역을 대표하던 기업이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과연 시중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말 그대로 '깨소금'이었다. 지역을 팔아 치부하고 행세만 했지 정작 내놓은 게 없다는 비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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