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카(Side Car)’
‘사이드 카(Side Car)’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8.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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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미국의 경기침체와 부도위기까지 치달았던 재정난, 그리고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 유럽의 계속되는 재정위기로 각국 증시가 모두 폭락하고 있다. ‘검은 월요일’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국내 증시는 화요일인 어제도 폭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엿새간 17.08%(370.96p) 하락했고, 시가총액 208조9872억원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9일 코스피 지수는 17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피시장에는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에서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 모두 발동되면서 한때 거래가 중단됐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회복, 장을 마감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사이드 카(Side Car)’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과도하게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즉, 선물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현물 프로그램매매 체결을 지연시켜 시장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것이 사이드 카 조치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선물이 전날보다 급하게 오르면 현물시장에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쏟아지게 된다. 반대로 선물이 심하게 떨어질 경우 현물시장에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진다.

프로그램 매매는 컴퓨터에 일정한 조건에서 매도나 매입을 판단하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을 입력해 주식을 일정 가격대 안에서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대량의 매매주문을 현물시장에 내놓는다.

이런 프로그램 매매 때문에 현물시장의 가격변동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현물시장에 들어오는 프로그램 매매 주문의 처리를 5분 동안 보류시키는 게 바로 ‘사이드 카’이다.

이런 사이드 카가 연속 이틀 발동됐다는 것 자체가 시장의 혼돈상태를 그대로 증명해 준다.

날벼락, 공포, 붕괴, 쓰나미, 패닉, 나락…. 이런 거친 표현들이 며칠째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주가란 원래 오르내리는 거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다. 이번엔 그 폭이 좀 컸을 뿐이다”라고 여유있게 넘길 수만은 없다.

계속되는 패닉상태의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엿새째 이어졌다는 데 원인이 있다.

외국인은 어제 1조1758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물을 증폭시켰다. 개인은 1198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 역시 9155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1일 순매도가 1조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11일 옵션만기 쇼크사태(1조3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연히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격도 폭락했다.

미국에서 빚어진 경제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보다 더 심한 충격에 휩싸인 꼴이 돼 버렸다. 문제는 이런 외부 충격에 따른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금융시장은 동조화 수준을 넘어 충격의 가속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너무 많이 풀어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 탓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시장의 경고장치인 ‘사이드 카’는 이제 정책당국에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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