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캡슐과 보신문화
인육캡슐과 보신문화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8.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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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여름이면 우리나라의 보신문화가 입에 오르내린다. 보신탕으로 대표되는 식문화 때문인지 외국에서 이를 두고 왈가왈부해 국내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논란은 요상하게 민족주의로 포장돼 ‘너희 나라는?’으로 비화돼 상이한 문화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이해도 없이 단순하게 안티적 시선을 드러내는 데는 문제가 있다. ‘먹는다’는 나라 환경과 시대 환경에 따라 생존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논란이 되었던 우리나라 보신문화는 일단락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난 6일 SBS TV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육캡슐의 실체는 충격적이었다. 영아나 유아의 시체를 말린 후 가루를 내는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든 인육캡슐이 국내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력제로 둔갑해 국내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실 인육캡슐에 대한 예고편을 접할 때만 해도 태반으로 만든 약이겠거니 했다. 타이틀이 너무 자극적이고 원색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태반캡슐이 따로 있고 인육캡슐이 따로 있단다.

영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된 중국 현장은 더 가관이다. 중국 가정집 냉장고에 보관된 죽은 아기, 이를 마치 한약재 말리듯 말려 가루를 내고, 캡슐에 담기까지 모습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고 있었다.

판매책은 조선족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국내에 들어오면서 각종 보양 식품을 가져와 판매하는데, 그중 인육캡슐은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주 거래처를 한국으로 두고 있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옛날 어르신들께서 ‘전쟁 때 먹을 게 없을 적엔 죽은 사람도 먹었다더라’고 하셨지만 21세기에 인육으로 약을 만들어 먹고 있다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화면을 도배했다. 마치 인간의 심성 중 악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식인종과 다름없는 이 행위들이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인간 막장을 보여주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캡슐을 검사한 결과 99.7%가 사람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성별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니 중국 인육캡슐의 유통을 확인한 셈이다. 물론 유통이 쉽지는 않았던 만큼 국내에 판매량은 극히 소수에 그쳤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면서도 충격적 인육캡슐 유통 배경에는 잘못된 우리의 보신문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몸에 좋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은 식문화 탓, 정력에 좋다면 물불 안 가리고 구해 먹는 보신문화 탓,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나치게 건강을 우선시하는 현대병은 결국 무엇이든 보신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동남아시아에선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보신투어가 유행하고 있다는 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에 부채질하듯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들로 가득하다. 암에 좋다는 마늘부터 청국장 등 민간요법부터 전문지식을 동원한 건강챙기기가 안방에서 인기다. 건강을 핑계로 너무 많은 보신문화를 언론이 앞장서 시청자들에게 습관화·일반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중국의 인육갭슐은 엽기적인 사건임에 분명하다. 이를 사건으로 그칠 게 아니라 우리의 보신문화도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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