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혁신안 제대로 나올까
금융감독 혁신안 제대로 나올까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8.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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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1.금융위원회가 허언을 했나. 9월 말까지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없을 것(김석동 금융위원장)’이라 했으나 지난 5일 또 한 곳이 문을 닫고 말았다.

울산광역시에 본점을 둔 경은저축은행이다. 3월 말 기준 총자산 3422억원인 이 은행은 부채가 3429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141억원이나 많았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마이너스가 되어 버렸다. 역시 PF,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발목을 잡혔다. 아파트, 대형빌딩 짓겠다고 하는 시행사들에게 대출을 남발했는데 그 규모가 무려 총여신의 37%에 달했다. 은행 키우려는 욕심에 이윤은 많고 리스크가 큰 곳에 투자를 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결국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탐욕이 화를 불렀다.

문을 닫자 소액 예금자들의 원성이 보통이 아니다. ‘9월 말까지 문을 닫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믿고 돈을 (1금융권에) 옮겨놓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금융위는 불과 한 달 전인 7월 4일 “과도한 예금 인출(뱅크런)로 유동성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저축은행에 대해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이때 단서를 달았는데 이를 꼼꼼히 챙겼다면 미리 돈을 옮겨 놓을 수도 있었다. ‘상반기 검사에서 시정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저축은행 중 자구노력이 미흡하거나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시정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단서다. 경은저축은행은 이미 상반기 금융위 검사에서 위험 업소로 판정돼 금융위가 주시해 온 상태였다.

2.공교롭게 경은저축은행 영업정지 나흘 전 청와대에서 호통이 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발생한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부진하다는 보고를 받고 한마디했다. “정부, 여당은 국민에게 뭔가 피한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 특검이든 뭐든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특히 여당이 주춤거리는 특검 수사까지 거론해 주목된다. 국민 세금 5조원을 날리게 된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계 전반의 총체적 문제점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국무총리실이 국회에 보고한 금융감독 혁신안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혁신안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은행권에 대한) 검사 기능을 강화하고 (말썽 많은) 금감원의 재량권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고작이다. 과거 10여년 전부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만들었던 ‘부실 개혁안’을 뛰어넘지 못했다. 총리실이 올해 문제가 된 저축은행 국정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게 대부분의 여론이다. 낙하산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이미 금감원이 발표한 것과 다를 게 없다. 개혁의 핵심인 금융 소비자 보호원 신설, 검사권 및 제재권 분리는 결론도 내지 못했다. 이 부분을 중장기 과제로 다음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도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검사권 분리도 예보에 일정 부분 나눠줘 금감원의 검사 독점권을 견제하겠다는 게 전부인데, 예보와 금감원은 결국 초록동색인 관계 아니던가.

대통령은 지난 5월 금감원을 전격 방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지금, 겨우 일선 지자체 용역보고서 수준의 1차 개혁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오는 연말 대통령에게 최종 개혁안이 보고될 때 청와대에서 또다시 호통이 터지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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