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윤진식의 대리전이라고 하는데…
이시종-윤진식의 대리전이라고 하는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8.0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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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우건도 충주시장의 중도하차로 오는 10월 치러질 재선거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요인 중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재선거가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윤진식 한나라당 국회의원 간 대리전이 될 거라는, 현재로서도 아주 현실성이 짙은 전망이다.

이 때문에 혼탁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덩달아 두 사람을 향한 애정어린(?) 충고들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서로 충주의 맹주임을 다투는 이들 때문에 자칫 지역내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사실 고등학교 동창(청주고 39회)에다가 과거 관료시절엔 누구보다도 끈끈했던 관계였지만 각각 민주당(이)과 한나라당(윤) 간판으로 정치판에 들어오는 순간, 이들 두 사람에 대한 대립적 개념의 부회(附會)와 비교평가는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정치의 속성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이 달라진 현실에선 과거 친구로서 지켰던 '신사협정'은 늘 위협받기 마련이다. 어쨌든 두 사람에 있어 정치력의 원초적 세거지지는 충주이고, 이런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여론은 늘 이분법의 잣대로 이들을 맴돌 것이다. 더구나 정치는 결정적일 때 한 사람의 스타만을 원하지 않는가.

설령 그렇더라도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를 꼭 비판,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상사는 상대, 더 나아가 라이벌, '맞수'가 있어야 더욱 빛난다. 그러니 당이면 당, 사람이면 사람, 늘 상대와의 관계에서 존재감을 인정받는 정치에서야 더할 말이 없다.

박정희가 없었다면 김대중, 김영삼도 없다. 또 김대중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영삼은 애당초 나오지 않았다. 이들이야말로 라이벌의 정치학을 누구보다도 적절히 구사하며 숱한 세월 나라를 좌지우지했다. 패티김과 이미자, 나훈아와 남진 역시 서로 동시대의 맞수였기에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어필하며 가수로서의 몸값을 유지한다.

하다 못해 야산의 풀과 나무들도 서로 부대끼며 자라야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시장의 떡볶이 집도 혼자서 덜렁 입지하기보다는 경쟁업체들과 뭉쳐 있어야 장사가 잘된다.

할 말은 아니지만 노무현-이명박 전·현직 대통령도 아주 지독한 라이벌이었다. 어찌 보면 서로 돌아가며 대권을 잡은 저력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1996년 4월 15대 총선, 노무현은 민주당, 이명박은 신한국당 후보로 나서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혈투를 벌인다. 결과는 이명박 완승. 둘은 또다시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통해 각각 서울시장과 대통령이 되어 끝간 데 없이 대척점을 이룬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결사 반대로 맞선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때 둘이 라이벌 관계로 상대에게 각인시켜준 이미지는 각각 대권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종로에서 패한 노무현은 지역구를 지방으로 옮겨 일관되게 지역감정 타파와 지방분권을 설파해 권좌에 올랐고, 이명박은 행정수도 반대로 수도권 유권자를 결집시켜 정권을 되찾는다.

이렇듯 라이벌, 맞수는 절대로 적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선의의 경쟁자, 공존 공영을 함께하는 동지에 가깝다. 이는 라틴어로 강(rivus)을 사이에 두고 때론 물을 차지하려 싸우다가도 가뭄 등 위기에선 하나가 된다는 '강가의 사람들'(rivalis)이 라이벌의 어원인 것을 보면 더 더욱 그렇다.

바로 이시종-윤진식이 이런 관계를 구축했으면 한다. 서로 당과 명분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의기투합하는 그 투쟁력과 정치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구 행사장과 아줌마들이나 쫓아다니며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형편없는 정치꾼이 아닌, 정작 중앙무대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힘 있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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