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미스매치
잡 미스매치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7.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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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고졸 채용이 금융권을 시작으로 대기업으로 들불처럼 번진다. 가히 '붐'이라 할 만하다. 너도나도 고졸자를 뽑겠다고 난리다. 일부 고교에선 대학 가려다 취업으로 돌리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과거 중 3 성적이 상위권이 아니면 유명 공고나 상고, 여상을 지원조차 할 수 없던 30여 년 전 영광이 다시 오는 듯한 분위기다.

상고 출신 대통령이 세 번 연거푸 나온 나라이지만 그동안 고졸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찾기 힘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고졸 채용을 크게 줄였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했다. 우리 지역만 해도 충북은행을 비롯 태양생명 충북투자금융 중앙리스 등 지역 향토 금융기관들이 90년대 말 모두 문을 닫으면서 씨가 말랐다.

취업난에 대졸자는 고졸자 일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나마 대졸자가 기피하는 중소기업만 고졸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희망이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중소기업에 가 봐야 저임금과 학력차별을 못 면한다는 판단 때문에 대학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치단체나 상공회의소 등 각종 경제단체 등이 취업박람회를 개최해도 구인·구직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현상은 항상 빚어진다. 이렇다 보니 취업박람회는 의례적인 행사만으로 끝나고 있다. 취업자들은 실망만 하고 구인업체는 한숨만 내쉬고 만다.

'잡 미스매치'라고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바로 높은 대학진학률이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고졸 취업을 장려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잡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 있다.

청년실업 완화와 학력차별 해소를 위해 고졸취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통령의 은행, 공단 방문과 기업들의 신규 고졸 채용 규모 확대 소식은 관심을 끈다. 비록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더라도 고졸 채용 바람이 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지역주의'와'학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학벌 지상주의는 사교육 열풍을 몰고와 공교육을 무력화시켰고, 비싼 등록금으로 부모와 자식세대가 함께 고통받으면서도 대학 졸업장을 따려고 진학하는 바람에 전 세계에서 드물게 82%라는 과도한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20%도 안 되는 고졸자가 가야 할 일자리마저 대졸자가 대체하고도 취업률 51%밖에 되지 않는 대졸자의 대량실업사태는 고졸자 실업과 함께 만성적인 청년 실업난을 가져왔고, 학자금 상환의 어려움과 함께 중산층 몰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가 이제 고졸취업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

물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취업난 속에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 중 하나인 은행과 대기업 일자리가 고졸자들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들이다.

따라서 고졸채용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어차피 화두가 된 고졸 채용 확대가 사회 전체에 퍼지고, 대학문제와 취업난·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상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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